타고난 이야기꾼 성석제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1·2/성석제 지음/문학동네/404·424쪽/각 1만4500원5년 만에 장편소설 ‘왕은 안녕하시다 1·2’를 낸 성석제 작가. 왕과 의형제를 맺게 된 조선 제일의 파락호 ‘성형’을 내세워 조선 숙종대의 시대상을 풀어낸다.
문학동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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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안녕하시다 1·2’는 이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문학동네의 네이버 카페에서 전반부를 연재한 뒤 오랜 시간을 들여 후반부를 새로 쓰고 전체를 대폭 개고해 완성했다.
작가는 책 속에 자신을 대신할 입담꾼으로 ‘성형’을 등장시켰다. 왕과 의형제를 맺은 파락호라는 역할은 아래서부터 위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치트키’를 부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 인물은 안 가는 곳이 없다. 당시 남인의 거두 허목의 제자였던 성형은 대전별감으로 왕의 옆을 지키며 온갖 심부름을 맡아 대신들의 동정을 살피러 나다니고, 그 와중에 달같이 어여쁜 항아를 보고 흑심을 품기도 한다. 그 항아가 훗날 사극에 두고두고 나오는 장옥정 장희빈이다.
어수룩한 듯 보여도 형세 판단이 빠르고, 아닌 건 아니라고 입 바른 소리를 하는 성형 덕에 일련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한 사람이 천 사람, 만 사람의 뜻을 이길 수는 없어요. 한 사람의 뜻이 아무리 지당하고 그가 아는 게 많다고 하여도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한 사람을 이기려 하기보다는 만인을 얻어야죠. 그러면 저절로 그 한 사람을 이기게 돼요.”(1권 171쪽) 스승에게 들은 말을 읊어 왕에게 훈계도 하는 파락호다.
소설 끝에 작가는 덧붙인다. “악습을 무너뜨리고 불합리한 체제에 균열을 낸 그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스스로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었는데, 그 후손이 바로 현재의 우리 자신이다. 결국 이 소설은 나, 또는 우리 조상에 관한 이야기다.”(2권 417쪽)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등을 기념하는 이유가 다 이런 데서 온다 싶다.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옮겼지만 그 깊이는 가히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성석제 이야기의 마력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9-01-11 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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