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들이 다녀가면서 남긴 마음에 관한 기록들

여행자들이 다녀가면서 남긴 마음에 관한 기록들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9-02-28 17:26
수정 2019-03-0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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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동, 자기만의 방/한량 지음/북노마드 216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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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화려한 풍광보다 깨끗하게 정리된 숙소의 아늑함에 매료된 적이 있는지. 때때로 어떤 이는 호텔도 호스텔도 아닌 이국의 개성 있는 집을 탐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저자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여러 나라의 집과 집 사이를 건너다니던 저자는 자연스럽게 여행자를 맞이하는 삶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편안한 잠자리를 내주고, 여러 나라 말로 ‘잘 자’라는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밤을 맞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운영하기 위해 저자가 집을 마련한 곳은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있는 작은 동네 원서동이다.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과 미술관, 갤러리와 궁궐이 있는 이곳에 집을 얻은 저자는 이 집에 ‘자기만의 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무런 방해 없이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이 공간에는 집을 꾸민 주인의 취향에 이끌린 여러 사람이 찾아들었다. 서울에 잠깐 들른 한국 유학생, 싱가포르에서 온 자매, 러시아 출신의 사진작가, 전주와 순천에서 온 커플까지.

저자는 운명같이 집을 계약한 순간부터 손수 집을 쓸고 닦고 매만지던 날들, 게스트들을 맞고 떠나보내면서 뿌듯했던 ‘집의 기억들’에 대해 세세하게 기록했다. 이 책을 “어떤 동네에 관해, 어떤 집에 관해, 어떤 사람에 관해,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어떤 종류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 저자의 말처럼 책은 단순히 여행과 숙박이 아닌 한 공간에서 ‘나와 당신이 나눈 마음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지난해 3월 독립출판물로 출간한 이후 작은 책방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책이다. 파리, 뉴욕, 발리, 바르셀로나에서 저자가 방문했던 집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 이번에 새롭게 나왔다. 2016~2018년 원서동에서 ‘자기만의 방’을 운영하던 저자는 2018년 10월부터 삼청동으로 옮겨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9-03-01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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