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도권은 우리 인간이 쥐고 있다
AI 이후의 세계/헨리 키신저 외 2인 지음/김고명 옮김/윌북/296쪽/1만 9800원
키신저·슈밋·허튼로커 대담집
AI 결과물에 늘 이의 제기하고
기계는 주체 아닌 객체로 남겨
인간성 보존해야 한다고 역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AI 이후의 세계’는 세계 질서의 대전환이 확실시되는 AI 시대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 대니얼 허튼로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슈워츠먼컴퓨팅대 초대 학장 등 정치·경제·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 3명이 AI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나눈 4년간의 대화를 정리했다.
지금은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시대다. 미국 기업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본격 상용화의 시대를 열었다. 달리(DALL·E), 스태빌리티AI 등도 잇달아 선을 보였다. 생성형 AI가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를 반복 학습한 뒤 자신의 의사결정이 담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얼굴이나 차선 등 세상에 이미 있던 것을 인식하는 인식형 AI에서 획기적 도약이 이뤄진 거다. 앞으로 어떤 도약이 얼마의 주기로 일어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
의학뿐 아니다. 생성형 AI의 활용은 사회·정치·외교·기술·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사회와 국가가 진보한 AI의 혜택을 공평하게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회 구성원은 물론 국가 간에도 현격한 차이가 생길 것이고, 이는 심각한 균열과 대립을 불러올 것이다. AI를 당연한 것으로 여길 ‘AI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도 필연적이다. 이런 혁명적 변화에 대응하려면 기존의 철학과 사회제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대니얼 허튼로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슈워츠먼컴퓨팅대 초대 학장
저자들은 강력한 도덕적·전략적 지도체계 확립을 주문했다. 기계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남게 해 인간성을 보존하고, AI의 결과물에 당당히 이의를 제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도 했다. 저자들은 “AI 개발자는 많아졌어도 사회적·법적·철학적·정신적·윤리적 측면에서 AI가 인간에게 끼칠 영향을 탐구하는 사람은 위험할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며 “당장 모든 세계 시민이 AI의 효용과 한계를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알파고, 할리신의 사례에서 보듯 AI에게 목표와 지향점을 정의해 준 건 인간이다. 그렇다면 기회는 있다. 저자들은 “‘아직’ 인간이 미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우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미래를 (우리가) 조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23-05-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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