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건 국가건 서로 만나 이해의 폭 넓혀야”

“개인이건 국가건 서로 만나 이해의 폭 넓혀야”

입력 2014-11-14 00:00
업데이트 2014-11-14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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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무엇보다 만남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개인이건 국가건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공감대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최근 천주교주교회의 추계총회에서 주교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김희중(67) 대주교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 대회의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먼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의장 선출 후 기자들과의 첫 만남에서 김 대주교는 최근 남북 관계와 한·일 간 경색을 우선 염두에 둔 듯 만남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적 계산과 자존심이 민족 동질성 회복보다 우선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대주교는 한·일 간 갈등을 놓고도 “정치권 문제는 개인과 정당의 입지를 고려한 계산이 작용하겠지만 민간인과 종교인들은 가급적 선입견을 버리고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잘잘못을 따지는 만남 이전에 고통 자체에 대해 공감을 갖는 게 중요하고 그러다 보면 왜 아픔과 갈등이 생길 수 있는지를 알게 됩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신분으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들과 처음 만난 김희중 대주교.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와 한·일 간 마찰을 의식한 듯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찾아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신분으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들과 처음 만난 김희중 대주교.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와 한·일 간 마찰을 의식한 듯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는 만남과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찾아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천주교의 실질적인 수장인 주교회의 의장으로서의 포부를 묻는 질문에는 “심부름꾼으로 주교님들의 의견에서 최대한 공통의 본분을 찾아내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그 말에 얹어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약속의 본질은 지키는 것입니다. 지키지 않을 땐 왜 안 지키는지를 반드시 말해야 합니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말로만 ‘국민의 공복’을 외칠 게 아니라 임기 내내 봉사에 매달리다 보면 선거운동도 필요없지 않겠어요?” 정의구현사제단 등 천주교회 내 일각의 갈라진 입장과 행동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추구하는 목표는 같지만 표현방식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신경질적으로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차분하게 설명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김 대주교는 오랫동안 ‘종교 간 대화’에 몸담아 온 천주교 사제. 천주교뿐만 아니라 종교계 전체에서 이름난 종교 간 대화 운동론자인 김 대주교는 대화의 원칙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런 답을 돌려줬다. “존중하는 마음이 있으면 소통이 편해집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존중이야말로 대화의 시작이 아닐까요. 이웃 종교의 다름도 인정하다 보면 훨씬 더 조화로워집니다. 처음 볼 때 화려한 장미보다 수수하지만 다양한 꽃들이 오래도록 조화를 이뤄 더 아름다운 것과 같지요.”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낮은 사목 행보와 울림에 대해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위해 한국 교회가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주교회의 차원에서 심도 있는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하신 ‘가난한 사람’은 비단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에 국한한 게 아닙니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모두 포함한 것이지요. 교회 울타리 안에 머물지 말고 거리로 나아가 아픈 이들과 함께하라는 교황의 말씀은 지난 방한의 으뜸 교훈인 셈이지요. 그런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의 큰 고통은 진상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상을 철저히 밝혀서 그런 참사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가 생명존중의 징검다리가 될 것입니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4-11-1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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