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 후 인욕의 정진 끊지 않아야… 수행은 참고 또 참는 것”

“안거 후 인욕의 정진 끊지 않아야… 수행은 참고 또 참는 것”

김성호 기자
입력 2019-02-19 22:22
수정 2019-02-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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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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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백흥암 선원을 이끌고 있는 선원장 영운 스님. 스님은 “각자 수고로움이 있는 모든 대중들이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 싸움이 없어지고 그것이 바로 불국토”라고 강조한다.
2004년부터 백흥암 선원을 이끌고 있는 선원장 영운 스님. 스님은 “각자 수고로움이 있는 모든 대중들이 서로 조금씩 배려하면 싸움이 없어지고 그것이 바로 불국토”라고 강조한다.
“이제 안거를 마치고 산문을 나서지만 언제 어디에 있건 정진해야 합니다. 수행은 인욕이지요. 참고 참아야 합니다.” 동안거(冬安居) 해제를 하루 앞두고 불쑥 찾아온 기자들을 정겹게 맞은 은해사 백흥암 선원장 영운 스님. 안거 내내 밤낮 없이 선방 대중들을 지도해 온 스님은 “내 수행 삶의 바탕은 참고 참는 인욕이었다”며 “너나없이 인욕의 정진을 끊지 않아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스님들은 너나 없이 시은(施恩)으로 사는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밥값을 하고 있는지 늘 돌아봐야 하지요.” 밥 한 발우(그릇)는 피 한 발우라고 했다. 그 말 끝이 자연스럽게 일반 대중을 향한다. “사람들은 내가 번 돈이니 내 맘대로 쓴다고 해요. 그렇지만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면 밥을 먹을 수 없지 않습니까.” 모든 대중이 각자 수고로움이 있으니 각자가 모든 것을 아낄 때 복이 온다는 것이다. 특히 인욕(忍辱)과 배려는 어쩔 수 없는 스님의 으뜸 모토인가 보다. “서로 조금씩 배려하는 마음이 있으면 타협이 돼요. 하지만 남을 밟고 올라서려 하면 타협이 안 됩니다.” 희생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싸움은 없어지고, 그것이 바로 불국토란다.

영운 스님은 18세 때 출가해 비구니계를 받곤 해인사 홍제암부터 시작해 석남사, 동화사, 백흥암 등 각지에서 수행으로 일관했다. 울산 석남사 주지를 역임하고 2004년부터 이곳 백흥암 선원장을 맡고 있다. 성철 스님이 지었다는 자신의 법명 이야기를 꺼낸다. “아마도 구름처럼 바람처럼 살라고 주신 이름인 것 같아요. 참 좋은 법명을 지어 주셨는데 이름값을 못 하고 있습니다.” 그 말 끝에 이런 말을 얹었다. “속박돼 살지는 않더라도 이름처럼 구름, 바람마냥 못 살고 있으니 언젠가는 그리 될 날을 위해 매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끔씩 큰 가르침을 주셨던 스님이 안 계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감당할 수 없는 서러움을 느낀다”고 했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지도자가 필요한 법. 불교를 포함해 종교의 위기라는 말이 횡행한다. 그 심각성을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이런 말을 돌려줬다. “지금도 한국 불교에는 큰스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토굴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는 분들이 있고 그런 수행의 기운이 출세간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지요.”

“스님이든 불자든 자기 모습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면 그 누구라도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는 영운 스님. 스님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고 항상 고마움과 아끼는 마음을 갖고 살자”며 기자들을 배웅했다.

글 사진 영천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02-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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