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 불모지서 일군 기적… ‘임실치즈’ 아버지

낙농업 불모지서 일군 기적… ‘임실치즈’ 아버지

임송학 기자
임송학 기자
입력 2019-04-15 02:58
업데이트 2019-04-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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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환 신부 숙환으로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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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반스) 신부. 연합뉴스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반스) 신부.
연합뉴스
대한민국에 최초로 치즈 산업을 일으킨 지정환(본명 디디에 세스테반스) 신부가 지난 13일 오전 10시 숙환으로 선종했다. 88세.

벨기에 태생으로 1959년 12월 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부산항에 첫발을 디딘 고인은 이듬해 천주교 전주교구 소속 신부로 옮긴 뒤 ‘정의가 환하게 빛난다’는 의미로 ‘정환’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성은 본명인 ‘디디에’와 비슷한 ‘지’씨로 정했다.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그는 척박한 농촌을 먹여 살릴 방법을 고민하다 치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상당 부분 산지여서 낙농업이 좋다고 여겼다. 그는 완주의 한 신부에게 받은 산양 2마리로 산양유와 치즈 생산을 시도했다. 그러나 치즈생산은 쉽지 않았다. 실패를 거듭하던 그는 고심 끝에 치즈 생산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고국으로 향했다. 프랑스 등 유럽의 공장을 돌며 장인들로부터 비법을 배워 와 임실읍 성가리에 국내 첫 치즈공장을 세우고 맛과 향이 균일한 치즈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치즈 농협도 출범시켰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만들었지만 ‘신선하고 맛이 좋다’는 입소문울 타면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주문이 쇄도하자 농민들과 함께 젖소를 키워 치즈 생산량을 늘렸다. 낙농업 불모지였던 임실은 한국 치즈 산업의 메카로 우뚝 섰다. 목표로 했던 임실치즈산업이 궤도에 이르자 모든 것을 농민들에게 대가 없이 넘겨주고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전주와 완주 등 전북도 내 복지시설을 오가며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돌보는 데 힘썼다.

고인은 한국 치즈 산업과 사회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2016년 법무부로부터 우리나라 국적을 받았다. 이후에도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나눔의 삶을 실천해오다 숙환으로 영면했다. 빈소는 전주시 덕진구 서노송동 전주 중앙성당에 마련됐다. 전주교구는 16일 오전 10시 전주 장례미사를 진행한다. 장지는 전주시 치명자산 성직자 묘지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2019-04-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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