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 구들이 청계천을 범람시켜?

뜨끈뜨끈 구들이 청계천을 범람시켜?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24-01-09 23:07
업데이트 2024-01-09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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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 1월호 ‘온돌의 맛’

하층민서 왕 침소에까지 퍼져
땔감 수급이 홍수 원인으로 지목

일제 “비위생 원인 온돌 없애라”
“이상저온 대응 전 세계적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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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우는 온돌은 한국 고유의 난방 방식이다. 하층민의 난방 방식이었던 온돌은 조선 중기 이후 양반 사대부와 왕가에까지 확산됐다. 에듀넷 제공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방을 데우는 온돌은 한국 고유의 난방 방식이다. 하층민의 난방 방식이었던 온돌은 조선 중기 이후 양반 사대부와 왕가에까지 확산됐다.
에듀넷 제공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으로 겨울철 추위가 매섭다. 예전에도 사흘 춥고 나흘 포근하다는 ‘삼한사온’이 있었지만, 요즘은 예상치 않은 추위와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 사람들 혼을 쏙 뺀다. 펑펑 눈이 내리고 코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방바닥에 이불 덮고 누워 만화책을 읽으며 까먹는 귤이 제맛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웹진 ‘담談’ 1월호에서는 ‘뜨끈뜨끈 온돌의 맛’이라는 주제로 우리 조상들이 한파를 이기기 위해 고안해 낸 전통 기술인 온돌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김소라 서울교대 교수는 ‘구들을 덥히자 청계천이 범람했다’라는 글을 통해 17세기 소빙하기를 맞은 조선시대에 왕의 침소에까지 온돌이 깔리면서 달라진 조선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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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나무로 쓰기 위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내다 보니 한양 주변의 산은 민둥산이 돼 폭우가 내릴 때마다 청계천이 범람하는 탓에 물난리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964년 홍수로 청계천이 범람한 모습.  서울신문 DB
땔나무로 쓰기 위해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어 내다 보니 한양 주변의 산은 민둥산이 돼 폭우가 내릴 때마다 청계천이 범람하는 탓에 물난리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1964년 홍수로 청계천이 범람한 모습.
서울신문 DB
소빙하기는 기후학적으로 여름과 겨울 모두 낮은 기온을 보이며 기온과 강수가 불규칙하게 변동해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한 때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1300~1800년대 후반에 마지막 소빙하기가 존재했으며, 특히 전 세계적으로 17세기에 가장 극심했다. 17세기 조선 현종 때 경신 대기근(1670~1671)과 숙종 당시 을병 대기근(1695~1696)도 소빙하기의 여파였다. 소빙하기로 명태, 대구, 청어 등 한류성 어종이 밥상에 오르기 시작했고 온돌은 상류층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온돌은 삼국시대부터 사용됐지만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바닥을 데워 좌식 생활을 하는 것은 하층민의 생활양식이었다. 상류층은 화로 같은 별도의 난방 기구를 사용했다. 그러나 소빙하기의 여파가 심해지던 16세기 후반부터 사대부 계층과 왕실로 온돌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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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비숍 여사는 구한말 조선을 여행했을 때 온돌 난방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기행문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토로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영국 여행가 이사벨라 버드 비숍. 비숍 여사는 구한말 조선을 여행했을 때 온돌 난방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기행문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토로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김 교수에 따르면 17세기 이후 온돌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땔감으로 쓰이는 나무 소비량이 급증했으며 특히 인구가 집중되고 산물이 부족한 한성부에서는 땔나무 수급 문제가 심각했다. 구들장을 미지근하게 데우던 초기 방식에서 벗어나 뜨겁게 바닥을 달구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였다. 조선시대에는 특정 구역을 제외하고는 숲을 민간에 개방하고 마음대로 나무를 구할 수 있게 해 땔나무로 벌목하는 사례가 흔해지면서 한성부 주위 산들은 벌거숭이가 됐다.

문제는 소빙하기에는 이상저온현상과 함께 잦은 홍수도 발생했는데 헐벗은 산 때문에 비만 오면 청계천이 범람해 물난리를 겪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1885년 서울에는 하루 동안 392㎜의 비가 내린 적이 있다. 이 수치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청계천과 가장 먼 지점에도 40㎝ 이상 물이 차올랐고 청계천 변은 1m 이상 범람했다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본인들은 서울 도성을 더럽고 비위생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 원인을 조선인의 게으른 천성과 인근에 나무가 없는 탓이라고 여겼으며 결국 이는 온돌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온돌을 없앨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는 조선인의 천성 때문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수세기에 걸쳐 나타난 이상저온에 대응하기 위한 현상”이라고 했다.

유용하 기자
2024-01-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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