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삶 그의 꿈] 이동우, 시력을 잃고 축복을 얻다

[그의 삶 그의 꿈] 이동우, 시력을 잃고 축복을 얻다

입력 2010-07-11 00:00
업데이트 2010-07-11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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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루 전 이동우 씨의 미니홈페이지에 들렀다. 메인 화면에 ‘오늘이 축복임을 알게 하소서’ 커다랗게 써 있었다. 사진첩에는 가족들과 함께한 행복한 생활, 그중에 딸 지우와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미니홈피를 둘러본 느낌은 사랑과 행복 그리고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홈피 어디에도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어디에도 눈이 보이지 않는 40대 생계형연예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는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현실 안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이동우 씨가 방송하고 있는 평화방송을 찾아갔다. 프로그램 제목이

<오늘이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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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축복입니다> 방송 중인 이동우씨
<오늘이 축복입니다> 방송 중인 이동우씨
오늘이 축복입니다


오늘이 축복임을 모르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하면 이들 모두 하루하루를 축복 속에서 살 수 있을까?

“세상에는 아름다운 낱말들이 있습니다. 사랑, 행복, 믿음, 소망, 희망, 축복 이런 것들…. 하지만 이러한 말들이 얼마큼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피부로 절감하면서 사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완전하게 잃어버린 사람들, 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말합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니고 제 실수도 아니었지만 어느 날 병이 찾아왔습니다. 외면하고 싶지만 감당해야 할 저의 몫이었기 때문에 아파할 만큼 하고 나니까 사랑이 뭔지 희망이 왜 소중한지 내 주변에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개그맨 겸 ‘틴틴 파이브’의 가수인 이동우 씨는 부인과 신혼의 단꿈을 꾸던 무렵 야맹증 때문에 찾아간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성증(RP)이라는 희소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정상인의 5% 수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이후 그는 급추락했다. 자기 실수나 사고에 의해 그렇게 되면 수긍하고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답도 없다. 그래서 그는 그의 병을 받아들이기까지 5년이 걸렸다.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혀 한동안 공황상태가 찾아왔다. 그 다음 단계는 거부. 병을 인정하지 못하고 백방으로 병원을 뛰어다녔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마찬가지 진단을 들었다. 3단계에서는 강력한 폭발, 분노가 일어났다. 혼자 있게 되면 우울증이 심해져서 통곡하고 누군가가 보이면 분노했다. 그러다가 그는 비로소 병을 받아들였다. 이때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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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받아들이게 되니까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방송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틴틴 파이브 멤버들과 다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감사의 마음이 빛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재활교육을 받으면서 자기보다 더 처절한 사람들을 보자, 가슴 속에 맷돌이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너무 사치스러운 고민이었구나.

“그전에는 내게 없는 것에만 주목했어요. 좋은 차를 타고 다닐 때는 훨씬 좋은 차만 보였지요. 지금은 차가 없고, 있을 이유도 없습니다. 지금은 걸어 다닐 수 있는 제 다리가 보여요.”

지금은 걸어 다닐 수 있는 제 다리가 보여요

지난 6월 28일 밤 MBC TV 휴먼다큐 <내게 남은 5%>에 이동우 씨와 그의 가족이 나왔다. 다큐멘터리는 연예인이 아닌 가장, 아빠, 남자로 살고 있는 이동우 씨의 모습을 전해줬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한 남자의 고뇌, 실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일거리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보통남자의 아픔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 있었다. 연예인의 아내에서 장애인의 아내로 살게 된 김은숙 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고된 미용 일을 해야 했고, 딸 지우는 식탁에서 반찬을 흘리지 말라며 아빠를 가르칠 만큼 자랐다. 지우는 아빠를 “여보”라고 부르며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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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건강했을 때와 시력이 안 보이게 된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을 알고 싶었다. 건강한 사람들이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신기하게도 요즘은 아는 사람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그 사람의 장점만 보여요. 그동안 제 미간에 조각도로 파놓은 것 같은 주름조차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의 단점이 그렇게 많이 보였는데 말이죠.”

“건강한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3,000여 종 가까운 불치병을 다 피해서 건강하다는 것인데 그건 마치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총알 한 방 안 맞고 살아 온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요. 이렇게 소중한 생명이 오늘도 나에게 붙어 있는데 거기에 대한 감사는 전혀 없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욕심을 부리고 불행하다고 하는 것은 부모님에 대한, 조상에 대한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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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받아들이고 ‘틴틴 파이브’ 멤버들과 다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병을 받아들이고 ‘틴틴 파이브’ 멤버들과 다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


이동우 씨에게 가족의 의미는 남다를 것 같았다.

공지영 씨의 말 가운데 “사랑은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제 아픔을 아픔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준 사람도 가족이고, 저보다 훨씬 아파했을 수도 있는 가족들이 제 옆에 있어 줬어요. 가족은 이제 사랑 자체이고 본질적인 사랑이 됐습니다. 사랑이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는 것이라면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물어봤다.

“실명하기 전에는 계획 없이 살았고 큰 꿈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계획이 생겼어요. 이동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공연물을 만들고 싶어요. 나만이 할 수 있는 공연. 그리고 그동안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책으로 펴내고 싶습니다.”

이동우 씨는 시력을 잃었지만 그보다 소중한 것들을 많이 얻었다. 병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그는 감사와 축복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수놓아 갈 것이다.

음성인식 바코드

《삶과꿈》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음성인식 바코드가 들어 있다. 이에 《삶과꿈》 편집부에서는 인터뷰가 있기 전 (주)보이스아이로부터 음성인식 바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바코드출력기(휴대용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 ‘보이스아이 라이프 Pro’)를 협찬 받아 이동우 씨에게 전해주고 사용기를 들어보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또 책의 내용을 들려주기만 하는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기능도 다양하고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또한 읽는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서 저같이 장애를 겪은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에겐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저 같은 중도장애인의 경우 Text(책)에 대한 갈증을 많이 느끼는데,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음성인식 바코드가 있는 텍스트만 많다면 이 리더기가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글_ 김창일 기획위원·사진_ SM Entertainment




<tip> 음성인식바코드 출력기

음성인식바코드 출력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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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인쇄물 음성변환 출력기로써 인쇄·출판물의 내용(텍스트)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용 보조공학기기이다.

음성인식바코드리더기로 인쇄물의 음성인식바코드(우측 상단)를

스캔하면 그 바코드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실시간 음성으로 변환되어 출력된다.

흔히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통해 문서를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점자를 아는 시각장애인은 전체의 5%도 안 된다고 한다.

또한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은 어렸을 때부터 맹인학교에서

점자를 배우기 때문에 알 수 있지만 중도실명자의 경우는

무뎌진 손감각으로 점자를 배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모든 문서를 다 점자로 만들 수도 없고,

설령 만든다고 해도 시각장애인이 다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 끝에 일반에 제공되는 모든 공문서

(주민등록 등·초본을 포함한 700여 종의 인터넷 증명서와

대법원 판결문, 전기수도요금 고지서, 각 지자체 소식지 등)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2차원 바코드를 도입하게 됐다.

또한 음성인식 출력기는

인쇄물의 정보뿐만 아니라

상품 포장지에 인쇄된

1차원 바코드(제품 바코드)를 인식해서

상품 정보까지 제공해 줄 수 있어서

시각장애인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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