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

천국과 지옥

입력 2010-07-25 00:00
수정 2010-07-2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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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저희들 학창시절엔 누가 뭐라고 해도 방학이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더구나 여름방학이 다가오면 저희 개구쟁이 중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렁저렁 놀 궁리에 빠져 있었지요. “수영장에 예쁜 여자들 보러 가자.” “아니, 강릉에 있는 우리 외할머니 댁에 가자.” “화끈하게 이번엔 해운대로 가는 게 어때?” 그러면서 부모님께 참고서를 산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집안에 필요한 물건까지 고물상 아저씨에게 팔아 치워 거금을 모았지요. 방학숙제는 매일매일 써야 할 일기까지 일찌감치 몰아서 해치웠고, 디데이만을 꼽으며 하루하루 흥분돼 잠을 설쳤던 게 기억납니다. 그중 엄격한 부모님을 둔 친구가 하루 전날 펑크를 내는 바람에 계획 전체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지만, 우리 악동들은 결국 그 가여운 친구를 버리고 결연히 일을 치르고야 말았습니다.

부모님과의 편안한 휴식을 포기하고 찾아간 해운대는 정말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많은데 우리를 눈여겨 봐주는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고만고만한 놈들이 만들 수 있는 요리는 파와 계란을 넣은 라면이 전부. 그나마도 설익은 게 좋다, 아니다 푹 삶아 먹는 게 좋다며 티격태격했지요. ‘천국’을 꿈꾸던 우리의 방학은 ‘지옥’이기에 충분했습니다.

연로하신 어머님은 지금도 저에게 ‘넌 역마살이 있다’며 걱정하십니다. 돌아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제 병은 아마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도 난생처음 부모님 곁을 떠나 우리끼리 고생했던 그 여행은 지금껏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매년 7월이 돌아오면 지옥 같았던 그때 그 시절의 천국이 되살아납니다. 여러분도 여름이면 떠오르는 잊지 못할 추억이 있으신지요?

발행인 김성구(song@isamto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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