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대 명필’ 창암 이삼만 재조명

‘조선 3대 명필’ 창암 이삼만 재조명

입력 2010-12-31 00:00
업데이트 2010-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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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1770~1847)을 아는가. 19세기 호남 서단(書壇)을 평정하며 서울의 추사 김정희(1786~1856), 평양의 눌인 조광진(1772~1840)과 어깨를 나란히 한 3대 명필이다. 하지만 추사의 명성에 가려져 일반인들에겐 이름조차 낯설뿐더러 학계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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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암이 77세에 쓴 ‘사시사’의 육언시 부분. ‘해는 더디고 바람은 담담한데 산아래 시냇물은 모래 위로 흐른다.’는 내용이다.
창암이 77세에 쓴 ‘사시사’의 육언시 부분. ‘해는 더디고 바람은 담담한데 산아래 시냇물은 모래 위로 흐른다.’는 내용이다.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창암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창암 탄생 240주년 특별전 ‘창암 이상만-물처럼 바람처럼’은 20대 때부터 70대에 이르기까지 창암 서체의 궤적을 보여주는 대표작과 미공개작 등 100여점을 선보인다.

몰락한 양반의 후예로 궁핍한 생활을 했던 창암은 한평생 글씨를 썼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30·40대에 중국 왕희지와 통일신라시대 김생의 서법을 섭렵한 창암은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필법을 확립해 갔다. 유수체(流水體)라 불리는 창암의 글씨는 60·70대에 이르러 농익은 경지를 뽐낸다.

물 흐르듯 유연하면서도 예스러움이 배어 있는 유수체는 추사체와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예서가 특장인 추사체가 각진 형태로 건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행초서로 흘려쓰는 유수체는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하다.

창암이 71세 때 쓴 서예이론서 ‘서결’에는 ‘득필천연론’(得筆天然論)이 나온다. ‘빼어난 글씨는 천연 그 자체’라는 뜻. ‘붓이 노래하고 먹이 춤추는 듯한’ 유수체는 물처럼 바람처럼 얽매임 없는 창암의 자연주의적 서예관이 응집된 결실이다.

유수체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조선 고유의 서예미를 구현한 조선진체(眞體)’(김병기 전북대 교수)라는 극찬과 ‘시골 개울물 같은 면이 있고, 촌스럽다’(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혹평이 맞선다. 전시 기획자인 이동국 서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창암 서예의 실체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찬사나 혹평은 의미가 없다.”며 “이번 전시는 창암의 예술을 발굴하고 재평가하는 자리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별전은 서울에서 새해 2월 27일까지 열린다. 이어 전북 정읍, 전주, 광주에서 차례로 순회전을 갖는다. 5000원. (02)580-130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10-12-3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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