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세계 최장 공연 연극 ‘쥐덫’

[공연리뷰] 세계 최장 공연 연극 ‘쥐덫’

입력 2012-09-14 00:00
수정 2012-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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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공연으로 흥행 3위에… 평면적 무대장치 따른 한계도

한겨울 여인숙에 차례로 찾아온 5명의 투숙객. 그날 밤 내린 폭설로 고립된 여인숙에 다시 형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근에서 벌어진 끔찍한 살인 사건의 범인이 투숙객 가운데 있다는 소리에 한바탕 긴장감이 몰아닥친다. 세 마리 생쥐 노래에 얽힌 극적 결말이 드러나고, 공연 후 커튼콜에 나선 배우는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절대 (결말을) 말씀하시면 안 된다.”는 부탁을 늘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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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주년을 맞은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의 연극 ‘쥐덫’은 영국 런던과 서울에서 동시에 막을 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린 작가는 1947년 팔순을 앞둔 메리 왕비의 요청으로 라디오 드라마용 시나리오인 ‘세 마리 눈먼 생쥐’를 희곡으로 각색했다. ‘쥐덫’이란 이름으로 개작된 작품은 1952년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연돼 왔다.

지난달 2일부터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SH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작품은 초반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영상물로 막을 올린다. 밤길을 홀로 걷던 중년 여성을 해치는 잔혹한 장면은 그림자로 묘사된다. 이어진 무대는 여인숙 몽크스웰의 응접실. 이곳에서 배우들은 두 시간 안팎의 치열한 심리전을 펼친다. 신혼부부 몰리와 가일즈가 친척에게 물려받은 여인숙은 말 그대로 모든 서사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폭설에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여인숙을 찾으며 이야기는 속도감을 탄다. SH컴퍼니는 프리뷰 기간에 6000원이라는 파격가를 제시하며 흥행몰이에도 성공했다. 소극장 공연임에도 내로라하는 대극장 공연 사이에서 흥행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서울예술대 연기과 교수인 장두이가 ‘트로터 형사’ 역으로 출연해 정통극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연극 ‘블랙 코미디’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봉두개는 렌 역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공연장은 40·50대 중·장년층이 점령했다. 다만 번안극에 정통 추리극인 탓에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개가 다소 늘어지다가 결말이 급작스럽게 튀어나온다. 회전식 무대가 아닌 평면적인 무대장치는 극의 깊이를 살리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제작사 측은 “프리뷰 기간의 지적을 바탕으로 극을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쥐덫’은 런던에서도 스타 배우도 없고, 홍보에도 특별히 공을 들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다. ‘오픈 런’으로 폐막 시기는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다. 오는 18일까지는 60% 할인된 1만 3000~2만원. 이후 3만 5000~5만원이다. (02)747-2265.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2-09-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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