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전체메뉴닫기

서울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 좋아요!!

서울신문 페이스북서울신문 유튜브
서울신문 인스타그램서울신문 트위터서울신문 네이버채널

광고안보이기
전체메뉴 열기/닫기검색
서울신문 ci

반려견 넷 ‘방앗간집 엄마’…“하나하나 생의 희로애락 온전하게 받아들여야죠”[2022 유기동물 리포트]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네이버밴드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구분선 댓글
입력 :ㅣ 수정 : 2022-06-30 03:46 2022 유기동물 리포트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박세리의 유기견 입양기

골프여제 ‘방앗간집 엄마’ 된 이유

LPGA 때 키운 ‘해피’ 큰 힘 돼 줘
비글 크면 버려진다는 말 맘 아파
귀국 후 모찌·찹쌀이도 가족으로
유기됐던 시루 직접 찾아가 입양
떡 이름이라 방앗간집 같다고 해

예비 반려인들에게

상처 남은 탓인지 눈치 보는 시루
아픈 찹쌀이 큰 수술 두 번 받아
조금씩 서로 알아가며 변화 느껴
입양도 충동적으로 해선 안 돼요
한 아이 키우는 일 단단히 각오를

강아지 네 마리의 ‘엄마’인 박세리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은 29일 서울 강남구 바즈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동물을 입양해 키우려면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지 말고 입양하되 입양은 신중하게’라는 것이 박 감독의 철학이다. 이 뜻을 담은 자필 사인도 공개했다. 박윤슬 기자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강아지 네 마리의 ‘엄마’인 박세리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은 29일 서울 강남구 바즈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동물을 입양해 키우려면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지 말고 입양하되 입양은 신중하게’라는 것이 박 감독의 철학이다. 이 뜻을 담은 자필 사인도 공개했다. 박윤슬 기자

한 해 11만 마리(2021년 기준)나 버려지는 개와 고양이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생명은 사고팔 수 없다. 대신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서울신문은 ‘2022 유기동물 리포트: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를 5회로 마치며 유기동물을 입양해 가족처럼 키우는 이들을 릴레이 인터뷰한다. 첫 주인공은 네 마리 강아지의 엄마인 ‘골프 여제’ 박세리(45) 감독이다.

#유행 美서 키운 비글 한국서 인기

외환위기의 삭풍이 가시지 않았던 1998년 7월, 21살의 ‘국민 영웅’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 시즌 세 번째 우승을 했다. 경제적 곤궁 탓에 속이 타던 국민에게 건넨 사이다 같은 승리였다. 우승 세리머니에서 오른손에 거머쥔 트로피보다 더 눈에 띈 건 왼쪽 품에 폭 안긴 반려견 ‘해피’(비글종). 이 강아지는 이후 한동안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박세리 감독이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제이미 파 크로거 클 래식에서 우승한 뒤 반려견 해피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서울신문 DB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박세리 감독이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제이미 파 크로거 클
래식에서 우승한 뒤 반려견 해피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서울신문 DB

박 감독은 24년 전 일을 떠올렸다. “사실 좋지는 않았어요. 강아지도 생명인데 유행을 탄다는 건 인기가 시들해지면 옷, 신발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새끼 비글이 덩치가 커지면 버려진다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2016년 은퇴 후 고국으로 돌아온 박 감독은 지도자이자 골프 교육 콘텐츠 회사 대표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 명함에는 없는 소중한 직함이 하나 더 있다. 천둥이(진돗개)와 모찌(보스턴테리어), 찹쌀(포메라니안), 시루(믹스견)의 보호자다. 유독 사연 많은 강아지들이다. 어쩌다 보니 세 마리가 떡 이름이라 “방앗간집 엄마 같다”며 회사 동료들이 웃는다. “대전 집에서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이 최고의 힐링 타임”이라는 그를 29일 서울 강남구 바즈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감독이 2016년 귀국 후 처음 키운 모찌.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박 감독이 2016년 귀국 후 처음 키운 모찌.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유명세를 탔던 해피가 첫 강아지였나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개를 키우셨어요. 미국에서 선수 생활할 때 해피를 분양받았죠. 너무 귀여운 룸메이트였습니다. 그런데 여러 대회에 참가하다 보니 해피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죠. 원래 활동량이 많은 종이라 마음에 걸렸어요. 당시 캐디의 친구가 농장을 했는데 넓은 공간에서 살면 아이가 훨씬 행복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입양 보냈죠.”

길지 않은 인연이었지만 해피는 박 감독의 경기력에도 도움을 줬다.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더 의지하는 쪽은 사람이었다. LPGA라는 격전장. 스트레스가 치솟아도 강아지의 애교를 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단박에 비워졌다. 이기든, 지든 조건 없이 반겨 주는 존재. 한국에 돌아가면 반려동물과 꼭 함께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선천적으로 다리가 아파 마음이 쓰이는 찹쌀.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 선천적으로 다리가 아파 마음이 쓰이는 찹쌀.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인연 구조된 시루와의 만남

-귀국해 처음 키운 강아지가 모찌였지요.

“네, 원래 집에서 키우던 천둥이 외에 모찌와 찹쌀이가 가족이 됐죠. 둘 다 성격이 좋아 금세 제 마음을 받아 줬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동물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졌어요. 이후 ‘애린원 사건’을 보며 가족 잃은 동물에게 더 마음이 쓰였죠.”

애린원. 국내 최대 민간 동물보호소였던 그곳은 사실 ‘유기견의 지옥’이었다. 관리자의 방치 속에 번식한 1000여 마리가 열악한 상황에 놓였다가 2019년 구조됐다.
박 감독이 2020년 입양한 시루.(가운데)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박 감독이 2020년 입양한 시루.(가운데)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시루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애린원에서 구조된 강아지 삼형제의 사진을 봤어요. 그중 한 마리가 ‘먼지’(시루의 옛 이름)였죠. 가장 아픈 아이여서 마음이 갔습니다. 제가 직접 보호소에 연락하고 찾아갔죠. 시루를 보고 ‘인연이다’ 싶었어요. 원래 키우던 아이들과 잘 지낼까 고민됐지만 다행히 사이가 좋았습니다.”

보호소에서는 ‘국가대표 감독 박세리’의 후광이 통하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입양했다가 파양하는 일이 적지 않았기에 입양자의 의지와 양육 여건 등을 꼼꼼히 검증했다. 이 때문에 더 믿음이 갔다고 한다.

-안 좋은 기억이 있는 강아지는 행동상 다른 점이 있나요.

“시루는 제가 데려올 때 생후 4개월이었어요. 지금은 누나(찹쌀)보다 덩치가 큰데도 눈치를 좀 봐요. 아무래도 버려졌던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대해요. 다만 기죽으면 안 되니까 장난감 같은 건 시루에게 먼저 챙겨 주는 편이에요. 사람에게 상처받아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는 있지만 조바심 내지 않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 가면 바뀌는 것 같아요. 사실 사람도 평생 못 고치는 성향 같은 게 있잖아요. 강아지에게 한두 달 사이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되죠.”
대전 자택 마당에서 키우는 천둥이.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 대전 자택 마당에서 키우는 천둥이.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책임 입양은 신중하게 하세요

-찹쌀이는 몸이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찹쌀이는 한 팬이 회사로 데려왔던 아이예요. 키우기 어렵다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막상 아이를 보니 그렇게 못 하겠더라구요. 집에 데려온 첫날 절뚝거리며 걷기에 다음 날 병원에 갔죠. ‘선천적으로 고관절이 안 좋다’며 키우기 어려울 거라고 했어요. 파양하라고 한 분도 있고요. 못 보내겠더라고요. 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걸 아니까요. 찹쌀이는 이후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죠.”

-지금은 건강이 어떤가요.

“여전히 걸음이 불편해요. 지금도 차를 타면 굉장히 긴장하거든요. 차 타고 처음 간 곳이 병원이었으니까. 예전에는 반려견을 유모차에 태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유난 떤다고 생각했어요. 찹쌀이를 키워 보니 알게 됐죠. 나이가 들거나 몸이 아파 힘든 반려견에게 바깥바람이라도 쐬어 주고 싶은 보호자의 마음이라는 걸요.”

-입양을 고민하는 예비 반려인에게 조언을 하신다면요.

“동물을 입양해 키우려면 책임감이 필요해요. 한 생의 희로애락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니까요. 키우다 보면 느낄 수 있는 부분이죠. 다만 입양도 충동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자’라는 구호가 있는데 거기에 하나를 더 붙이고 싶어요. ‘사지 말고 입양하되 입양은 신중하게’.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인 만큼 단단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스토리(Story)콘텐츠(Contents)랩(Lab)의 줄임말입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형식 기사를 지향합니다.

▲ 서울신문 스콘랩은 스토리(Story)콘텐츠(Contents)랩(Lab)의 줄임말입니다. 팩트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 형식 기사를 지향합니다.



스콘랩 유대근 기자
최훈진 기자
이주원 기자
이근아 기자
2022-06-30 8면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네이버밴드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구분선 댓글

서울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 좋아요!!
서울신문 페이스북서울신문 유튜브네이버채널서울신문 인스타그램서울신문 트위터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3681 등록일자 : 2015.04.20 l 발행인 : 곽태헌 · 편집인 : 김균미 l 사이트맵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l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