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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만나, 대문호의 글발은 꽃을 피웠네

사랑을 만나, 대문호의 글발은 꽃을 피웠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3-02-09 01:07
업데이트 2023-02-0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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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로미오와 줄리엣’ 집필기 그려
“꿈을 좇고 실현해가는 이야기”
김유정·정소민 데뷔 무대 눈길
CJ토월극장서 3월말까지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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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쓸 때 비올라에게 반해 영감을 얻어 썼다고 상상한 작품이다. 사진은 비올라를 맡은 채수빈(왼쪽)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행복했던 기운들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쇼노트 제공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쓸 때 비올라에게 반해 영감을 얻어 썼다고 상상한 작품이다. 사진은 비올라를 맡은 채수빈(왼쪽)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행복했던 기운들이 관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쇼노트 제공
제아무리 셰익스피어라도 글이 궁한 날이 없었을까. 쓰는 문장마다 종이를 구겨 던지게 되고 마뜩잖은 주변의 간섭만 많은 젊은 날, 돈은 없고 아이디어도 떨어져 하루하루 쪼들리는 셰익스피어에게도 자신의 영혼을 구할 그분의 강림이 간절히 필요했으리니.

어느 날 구원의 빛으로 온 비올라. 이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진 셰익스피어는 말문이 터지고 영감이 솟구쳐 해적의 딸에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 수준의 원작에 경이로운 창작력을 불태우게 된다. 이야기를 고치는 동안 여기저기 시달리고, 작품은 검열당하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당장에라도 NG가 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일의 연속이지만 그 모든 위기에서 구해 주는 비올라가 있기에 결국은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셰익스피어가 비올라를 만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다는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1999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7관왕을 차지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연극은 2014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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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극으로 담긴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에서 또 다른 비올라를 연기하는 정소민.  쇼노트 제공
극중극으로 담긴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에서 또 다른 비올라를 연기하는 정소민.
쇼노트 제공
지난 7일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송한샘 프로듀서는 “원작 영화가 재밌어 관심이 많았는데, 연극은 이를 뛰어넘는 부분도 있어 주저 없이 작품을 결정하게 됐다”며 국내 초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와 비올라의 사랑 이야기이자 꿈을 좇는 자들의 이야기”라며 “다 같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 꿈꾸고 실현해 가는 과정이 아름다워서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중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할 때는 절대 코미디가 아니라고 강조하는데, 정작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제대로 코미디 연극이다. 22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끊임없이 저마다의 연기와 대사로 관객들을 웃게 한다. 당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던 연극을 향한 16세기 영국인들의 순수한 열정을 오늘날의 감성에 맞게 변주한 것이 통했다. 단역이지만 자신이 출연하는 한순간을 위해 온갖 호들갑을 떠는 사채업자 페니맨의 모습 등을 보고 웃다 보면 관객들은 이들의 꿈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사실에 근거한 만큼 역사 속 실제 인물도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활약한 말로우, 로즈 극장의 경영자 헨슬로, 당대 최고의 배우 중 하나인 네드 알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사랑한 엘리자베스 여왕 등은 연극에 없으면 아쉬울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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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배우 출신 김유정도 비올라로 분해 데뷔 20년 만에 연극 무대를 장식한다.  쇼노트 제공
아역배우 출신 김유정도 비올라로 분해 데뷔 20년 만에 연극 무대를 장식한다.
쇼노트 제공
“로미오, 왜 당신은 로미오인가요” 같은 대사는 상상 속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필 과정을 더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CJ토월극장의 공간을 빈틈없이 활용한 무대연출도 공연 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올라 역의 채수빈, 김유정, 정소민과 셰익스피어 역의 정문성, 이상이, 김성철 등 출연진도 호화롭다. 최고가가 연극 장르로는 비싼 11만원이지만 관객들의 호평과 함께 올해 연극 부문 예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김유정과 정소민에겐 연극 데뷔 무대라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데뷔 20년을 맞는 김유정은 “연극이 꿈 같은 존재였는데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뿌듯하다.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의미로 관객분들께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소민은 “저도 오랜 꿈을 좋은 작품으로 이루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한 회 한 회 공연이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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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 역의 세 배우(왼쪽부터 김유정, 정소민, 채수빈)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비올라 역의 세 배우(왼쪽부터 김유정, 정소민, 채수빈)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류재민 기자
김동연 연출은 “연극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임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특별한 경험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성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러분의 꿈도 더 희망적이고 따뜻하게 변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3월 26일까지.
류재민 기자
2023-02-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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