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행통로’ 개방 왜 안 될까
설치 근거만 있고 처벌 조항 전무
지자체 ‘위반건축물’ 시정명령만
담장·철문 1~1.5m면 법망도 피해
“철거 때까지 이행강제금 부과해야”
서울시, 3월 제도 일부 개선했지만
강남권 반대 여론 커 안착 불투명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공보행통로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의 훈령인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에 따라 설치된다. 해당 법에는 설치에 대한 근거는 있지만 이를 막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다. 서울시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이 길을 설치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경우도 길을 막았을 때 처벌하거나 인센티브를 회수할 방법은 없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은 건축법 등에서 명시한 ‘위반건축물’을 근거로 시정명령만 내리고 있다. 강남구는 2020년 개포근린공원으로 가는 길을 막은 아파트 조합을 이례적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길을 막기 위해 철문과 울타리를 설치한 것이 ‘신고하지 않은 건축행위’였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아파트 조합장에게는 벌금 100만원이 부과됐지만, 철문은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아파트 입주민이나 재건축·재개발 조합 등은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한 이후 이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다수의 민원을 넣기도 한다. 한 아파트 입주민은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라는 혜택이 입주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냐. 당장 외부인이 출입해 겪는 불편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길을 막는 담장이나 철문의 높이가 1~1.5m면 법망을 피해 갈 수도 있다. 건축법은 담장이나 철문 등 위반건축물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유일한 규정이다. 하지만 2m 미만의 담장은 건축법에서 명시한 ‘위반건축물’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로선 공공보행통로를 막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철문이나 담장 등을 철거할 때까지 계속해서 부과할 수 있는 이행강제금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파트 단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길을 막기 시작하자 올해 3월 관련 제도를 일부 개선했다. 공공보행통로 설치 때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지역권 또는 구분 지상권을 등기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시의 허가 없이 공공보행통로를 차단하거나 임의로 철문 등을 설치할 수 없게 된다.
김중래·손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