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인간 Vs 컴퓨터 대결의 역사

[W&W]인간 Vs 컴퓨터 대결의 역사

입력 2011-03-01 00:00
수정 2011-03-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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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출어람’이 사람이 아닌 기계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일까. 슈퍼컴퓨터 왓슨의 퀴즈쇼 우승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육군연구소에서 1945년 최초의 컴퓨터인 ‘애니악’이 만들어진 이후 과학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연구·개발의 방식은 달랐지만 공통된 목표는 ‘인간의 지능’이었다.

 IBM의 공식블로그 ‘스마트 플래닛’에 따르면 단순한 계산을 넘어 인간의 지능에 처음으로 도전한 컴퓨터는 1967년 리처드 그린블라트라는 해커가 만든 체스 프로그램 ‘맥핵’이었다. 그린블라트는 철학자이자 아마추어 체스 선수였던 후버트 드레퓌스가 “인공지능에는 한계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자 맥핵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그리고 보기 좋게 승리를 거뒀다. 이후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대결은 주로 체스를 통해 이뤄졌다. 보는 사람이 명확하게 결과를 알 수 있고, 인간의 순발력이나 상상력이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1989년 IBM은 슈퍼컴퓨터 ‘딥소트’로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에 도전하지만 완패한다. 1996년 왓슨의 아버지인 ‘딥블루’는 카스파로프와의 첫 대결에서 1승을 거두며 모두들 흥분시켰지만 이후 2무 3패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딥블루는 업그레이드를 거쳐 1997년 카스파로프에게 재도전, 2승 3무 1패로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컴퓨터’로 이름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현재 딥블루는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카스파로프는 이후 제자인 블라디미르 크람닉에게 챔피언 타이틀을 내줬고, 크람닉은 2000년 스승의 복수를 위해 다시 컴퓨터에 도전장을 던진다. 하지만 체스에서 이미 인간은 컴퓨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크람닉은 독일산 ‘딥프리츠’와 대결에서 2승 4무 2패를 거뒀다. 하지만 딥프리츠는 대형 슈퍼컴퓨터가 아닌, 지름 12㎝ CD에 담긴 86달러짜리 프로그램일 뿐이었다. 크람닉은 2006년 딥프리츠와의 재대결에서는 2승 4패로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은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체스보다 훨씬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에서 현재 컴퓨터의 능력은 아마 3급 수준이다. 7점 접바둑에서는 세계대회 우승자를 이길 수 있다. 바둑 전문가들은 아직은 컴퓨터에 ‘영원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업계는 앞으로 10년쯤 뒤에는 바둑에서도 컴퓨터 챔피언이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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