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남관 품은 ‘진남로’ 명품 노을 ‘소뎅이길’ 이방인 기념 ‘하멜길’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요즘 여수 하면 엑스포와 함께 조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노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의 한 구절이다. 엑스포와 더불어 이 노래 때문에 여수를 찾는 젊은이도 상당수 있을 정도니 그 ‘여수 밤바다’가 어디인지 궁금증도 절로 생긴다. 가수가 노래한 ‘너와 함께 걷고 싶은’ 거리는 여수 만흥동 망양로를 따라 펼쳐진 만성리 해변 일대다. 이곳은 ‘검은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곳이다. 600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해변이지만, 화려하지 않아 소박한 맛이 있다.여수 토박이가 ‘외지 사람’에게 자랑하는 야경은 따로 있다. 바로 돌산읍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본 돌산대교와 진남관이다. 돌산공원에 오르면 돌산대교를 비롯해 여수 앞바다와 여수항, 장군도, 여수 시가지가 한눈에 다 들어온다. 공원 산마루에는 돌산대교와 일직선상 위치에 돌산대교 준공기념탑이 있는데, 돌산대교 야경 감상의 ‘포인트’로 꼽힌다.
총 연장 1596m의 진남로 중심에는 현존 국내 최대의 단층 목조건물인 진남관(鎭南館)이 있다. ‘남쪽의 왜구를 진압해 나라를 평안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율촌면의 소뎅이길은 노을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소뎅이’는 율촌 봉전(鳳全)마을의 옛 이름으로, 마을 앞 해변 끝에 솥뚜껑 모양의 섬이 있어 솥뚜껑의 방언인 소뎅이에서 길 이름을 땄다. 해 질 녘 소뎅이에서는 바다와 맞닿은 노을이 장관을 연출한다.
자유를 찾아 떠난 푸른 눈의 이방인을 기념한 길도 있다. 현재 여수경찰서에서 중앙초등학교를 거쳐 거북선대교 아래까지 이어지는 길이 1078m의 ‘하멜로’다.
1653년 8월 일본으로 향하다 제주도 근해에서 태풍을 만나 표착한 헨드릭 하멜 일행의 역사가 담긴 곳이다. 여수에서 각종 부역 생활에 지친 하멜 일행은 1666년 9월 밤 배를 구해 여수 종포(현재 종화동)에서 자유를 찾아 항해를 시작했고, 여수시는 이 같은 사연을 담아 길 이름을 지었다.
여수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2012-05-2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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