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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소유의 종말? 뭐든지 빌려쓰는 ‘렌트시대’

[커버스토리] 소유의 종말? 뭐든지 빌려쓰는 ‘렌트시대’

입력 2012-09-01 00:00
업데이트 2012-09-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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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즐기는 소비’ 신제품 주기 단축도 요인

지난 5월 결혼한 주모(33)씨는 아내와 상의한 끝에 혼수를 거의 마련하지 않았다. ‘혼수가전 3종 세트’로 불리는 TV와 냉장고, 세탁기를 포함해 정수기와 비데까지 빌려서 쓰고 있다. 새 물품을 마음껏 편하게 사용하면서 지불하는 월 렌털비는 12만원. 또 아내가 결혼 전에 타고 다니던 준중형급 승용차를 처분하고 홈쇼핑을 통해 중형급 신차를 월 45만원에 장기 임대했다. 올여름 휴가철에는 새 야영 세트를 빌렸다가 반납했다. 갓 결혼한 주씨가 남부럽지 않은 중년층 가정생활을 누리면서 쓰는 렌털비는 월 60만원이 조금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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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파트도 구입하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받은 1억 2000만원과 자신의 저축 4500만원, 아내가 모은 돈 3000만원, 여기에 회사와 은행의 대출금까지 합쳐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중형 신축 아파트에 전세를 들었다. 주씨의 부모는 이왕에 대출을 받는 김에 조금 더 보태 경기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사라고 권했지만 그와 아내는 전세를 고집했다. 주씨는 “앞서 결혼한 친구가 최신형이라는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샀는데 얼마 되지 않아 입체영상(3D) TV가 나오면서 후회하는 것을 봤다.”며 “큰돈 들여 물건을 사는 것보다 빌려 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소비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물건을 사서 쓰기보다 빌려 쓰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 정수기나 비데 등에 한정됐던 가전제품 렌털시장이 최근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965건이던 이마트의 가전제품 렌털 계약건수는 7월에 1700건으로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의 렌털이 많다.”면서 “TV의 경우 대형급인 47~55인치 LED TV의 렌털이 많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등록된 렌터카는 2007년 16만 5931대에서 올해 7월 29만 2331대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제 젊은 직장인들은 번호판의 ‘허’(렌터카 분류명)를 부끄러움이 아닌 합리적 소비의 상징으로 여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30대는 과거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비에 익숙하다.”면서 “이들에게 소비는 소유가 아니라 이용하고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제품이 나오는 주기가 빨라지고 이것을 소비하려는 욕망이 커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소유’보다 ‘이용’을 통해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 사무실을 빌려 쓰는 ‘스마트워킹’을 통해 불필요한 건물의 보유를 줄이는가 하면 기업의 데이터 관리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 해결해 인력과 비용, 시간을 절감하기도 한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2012-09-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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