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8학군’은 어떻게 교육 1번지가 됐나? [사진창고]

강남 ‘8학군’은 어떻게 교육 1번지가 됐나? [사진창고]

정연호 기자
정연호 기자
입력 2023-07-23 14:39
업데이트 2023-07-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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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고’는 119년 역사의 서울신문 DB사진들을 꺼내어 현재의 시대상과 견주어보는 멀티미디어부 데스크의 연재물입니다.
서울신문 사진창고에서 찾은 80년대말 강남‘8학군’ 사진으로 현재의 ‘8학군’의 단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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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2월 9일 서울시교육위에서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강남 8학군에 배정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며 교육위 직원의 멱살을 잡고 있다.  1989. 2. 9 서울신문 사진창고
89년 2월 9일 서울시교육위에서 학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강남 8학군에 배정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며 교육위 직원의 멱살을 잡고 있다. 1989. 2. 9 서울신문 사진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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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창고
사진창고
1970년대 후반 강남구 지역개발이 진행되자 당시 한강 이남의 대부분의 지역(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등)을 분리해서 고등학교 배정학군을 만든 것이 ‘8학군’의 시초다. 이 ‘8’이라는 숫자는 당시 학군을 분리하면서 강남교육청(현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매긴 번호에 불과하다. 이후 1998년에 교육청(현 교육지원청) 기준으로 고등학교 학군을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강동송파교육지원청 학군이 6학군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현재의 강남구와 서초구만 속한 8학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럼 어떻게 ‘8학군’이 교육의 대명사가 됐을까? 80년대 초만 해도 강남지역은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신도시에 불과했다. 그래서 정부는 강남지역을 띄우기 위해 강북지역의 명문 고등학교를 강남으로 전출시켰다. 서울고, 경기고, 휘문고, 중동고, 경기여고, 숙명여고 등이 그렇다. 이런 명문고등학교 이전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이전된 명문고를 찾아 속속 모여들었고 이들 사이에서 형성된 엄청난 교육열은 8학군 지역에 학원들까지 번성하게 만들면서 ‘8학군’이 대한민국 교육 1번지가 된 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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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2월 9일 서울시교육위 앞에서 아이들이 강남 8학군에 배정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던 학부모들이 문에 줄을 달아 출입문을 떼어내려 하고 있다. 1989. 2. 9 서울신문 사진창고
89년 2월 9일 서울시교육위 앞에서 아이들이 강남 8학군에 배정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던 학부모들이 문에 줄을 달아 출입문을 떼어내려 하고 있다. 1989. 2. 9 서울신문 사진창고
하지만 ‘8학군’에서 형성된 과도한 교육열풍은 여러 사회문제를 만들었다. 학군이 형성되면서 재력 있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리면서 해당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급상승하게 됐다. 그러면서 강남과 강북은 부의 격차가 벌어졌고 이는 곧 교육의 질의 격차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광진구, 용산구 등)의 학생들이 강남의 학원까지 수업을 듣기 위해 통원을 하기도 한다. 대입을 준비하는 자녀를 둔 일부 가정은 고등학교 기간 동안 강남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도 있다.

당시 어머니들의 영향력을 일컫는 일명 ‘치맛바람’은 재력과 권력을 지닌 학부모들이 교육과 관련된 제도에도 영향을 주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여성들의 활동이 늘면서 여성들의 활동을 비하하는 말로 쓰였던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치맛바람’의 처음 시작은 과열된 입시경쟁에서 본인의 자녀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해주려는 동기에서 출발한 자모회(姊母會)가 학교출입, 교사초대 등의 행위로 이어지면서 교권을 짓밟고 교육계를 부패시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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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2월 9일 서울시교육위 앞에서 아이들이 강남 8학군에 배정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던 학부모들이 문에 줄을 달아 출입문을 떼어내려 하고 있다. 1989. 2. 9 서울신문 사진창고
89년 2월 9일 서울시교육위 앞에서 아이들이 강남 8학군에 배정받지 못한 것에 항의하던 학부모들이 문에 줄을 달아 출입문을 떼어내려 하고 있다. 1989. 2. 9 서울신문 사진창고
정부 차원의 강남이주 작전으로 시작된 8학군 형성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더욱 심화된 교육의 ‘강남편중’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어떤 대책으로도 바로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정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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