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표식품 요리교실, 무채 썰기 솜씨는 ‘초짜’ 김장 김치 손맛은 ‘진짜’

샘표식품 요리교실, 무채 썰기 솜씨는 ‘초짜’ 김장 김치 손맛은 ‘진짜’

입력 2013-11-16 00:00
업데이트 2013-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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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친정·시댁에 손벌릴 수 없어… 김장 재료도 싸고 절임배추도 배달해준다는데… 초보새댁·미혼남녀의 첫 김장 도전기

결혼 12년차인 맹현숙(39)씨는 올해 본의 아니게 ‘김장 독립’을 선언했다. 매년 시댁에서 김장김치를 가져다 먹었는데, 시어머니로부터 “이제부터 너희들이 알아서 김장해라”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직장에 다니는 맹씨는 오는 22, 23일을 김장하는 날로 잡아놓고, 금요일인 첫날에는 하루 휴가까지 냈다. 김장 독립 첫해인 만큼 시어머니가 올해만 일손을 돕겠다고 했지만, 배추를 절이고 김장 속을 만드는 건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혼자 끙끙 앓던 맹씨는 김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요리교실의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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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식품 요리교실
샘표식품 요리교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필동 샘표식품 요리교실 지미원에서 열린 초보 김장 수업에서 참가자들이 생애 처음 만든 김치를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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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 중구 필동 샘표식품의 요리교실 지미원. 오후 7시가 되자 맹씨를 비롯한 17명의 남녀가 모여들었다. 초보들을 위한 ‘김장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김치를 먹을 줄만 알았지, 직접 만들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주부, 예비부부, 미혼여성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이홍란 지미원 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김장하는 날 빠질 수 없는 수육 삶기로 수업이 시작됐다. 큼지막한 삼겹살을 된장, 커피가루, 향신채소를 넣은 물에 넣어 끓이자 구수한 고기 냄새가 진동했다. 다음은 배추 절이기. “요샌 김장하기 정말 편해졌지요? 바쁜 분들은 배추 직접 절일 필요 없어요. 전화로, 인터넷으로 절임배추 주문만 하면 집으로 배달해주잖아요. 직장 다니는 저도 김장할 때 절임배추를 쓴답니다.” 이 원장의 말이다.

올해는 김장을 직접 담그겠다는 주부들이 많아졌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초 1460명의 여성 소비자 패널을 대상으로 김장 설문조사를 한 결과, 77.4%가 올해 김장을 직접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68.3%)보다 9.1% 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특히 40대 미만 젊은 주부들의 김장 계획이 눈에 띄게 늘었다. 25~40세 주부의 62.1%만 지난해 김장을 했다면, 올해는 10% 포인트 증가한 72.8%가 김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김장을 하는 이유는 50.1%가 ‘안전해서’를 꼽았고, ‘입맛에 맞아서’(34.7%), ‘더 경제적이어서’(11.7%)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의 김장 재료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지난달 24일부터 2주 동안 전국 56개 매장에서 절임배추 예약판매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100t을 준비해 수도권 7개 매장에서 4일간 5900박스(59t)를 팔았는데, 올해는 물량을 대폭 늘려 1000t을 준비했고 이 가운데 2만 5000박스(250t)가 판매됐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 배추, 무 등 김장채소 작황이 좋아 김장비용 부담이 줄었기 때문에 직접 김치를 담그려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물량을 지난해보다 10배 늘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절임배추(20㎏·1박스) 1만 8000여개가 팔려 5억 1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절임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15% 싸졌는데도, 매출이 40% 이상 증가한 것이다. 홈플러스의 절임배추 예약 실적은 지난해보다 229.4%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이 이달 1~13일 김장 재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천일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0% 증가했고, 김치통(85%) 절임배추(50%), 고춧가루(25%), 새우젓(20%)의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이달 들어 김치냉장고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가했는데 대용량을 선호하던 과거에 비해 160ℓ 이하 작은 제품의 판매가 25% 늘었다.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이달 1~12일 김치냉장고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늘었다.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배춧값이 폭등했던 지난해에는 78만대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82만대가 팔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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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하겠다는 가정이 늘어난 데에는 김장철만 되면 치솟던 채소와 해물 가격이 크게 내린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올해 김장비용이 4인 가족 기준(20포기) 15만 5361원으로 지난해(19만 6740원)보다 21% 저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시세를 보면 김장 주 재료인 배추, 무, 고춧가루, 미나리 등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격만 보면 어느 때보다 김장에 도전하기 좋은 해인 것이다. 김장 가구가 증가하면서 사먹는 김치의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롯데마트의 이달 1~13일 포장김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3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교실에 참여한 사람 가운데 2명은 남성이었다. 이 중 조남철(35)씨는 1년 반 동안 만난 여자친구 박정혜(29)씨와 함께 김장수업을 신청했다. 내년 상반기에 결혼할 예정이라는 두 사람은 신혼 때부터 양가에 손 벌리지 않고 둘이서 김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자취 15년차로 요리를 좋아한다는 조씨는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치로 찌개를 만들어 먹는 건 쉬운데 직접 김장하는 건 만만치 않은 것 같다”면서 “집에 가서 다시 만들어 본 다음 여자친구에게 김치 프러포즈를 해야겠다”며 웃었다.

김장 초보들을 난관에 빠뜨린 건 다름 아닌 무채썰기였다. 이 원장은 “무채를 너무 가늘게 썰 필요가 없다”면서 “오래 보관하다 보면 얇게 썬 무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장 초보들이 썰어 낸 무채는 두꺼워도 너무 두꺼웠다. 동그란 무를 일정한 두께로 썰려면 적지 않은 내공이 필요한 듯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함께 근무한다는 임나래(26), 전아람(27), 유리알(30)씨 등 3명은 새끼손가락 굵기만 한 무채를 버무려 개성(?) 넘치는 김장김치를 완성했다. 동료들과 함께 수업을 신청한 임씨는 “어머니의 전라도식 김치는 맛이 진한데, 젓갈을 많이 안 쓰는 서울식 김치도 시원해서 맛있는 것 같다”면서 “결혼하면 신랑과 나의 취향을 절충해서 젓갈 사용량을 결정하겠다”며 웃었다.

결혼 3개월차 주부인 안수연(38)씨는 김치를 좋아하는 신랑을 위해 올해 첫 김장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안씨는 “시댁은 거리가 멀고, 친정은 딱 한 집 먹을 만큼인 5포기밖에 김장을 안 해서 직접 담그려고 한다”면서 “2주 뒤에 김장 날짜를 잡아놓고 인터넷 카페에서 공동구매로 질 좋고 저렴한 절임배추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장 속을 만들려면 필요한 재료가 많은데 뭐가 좋은지 몰라 사지 못했다”면서 “수업에서 배운 대로 색이 예쁘고 단맛이 나는 고춧가루, 투명한 생새우, 6월에 담근 새우젓 등을 골라서 맛있는 김치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초보를 위한 쉬운 레시피

<재료>

배추 3포기, 천일염 3컵, 물 18컵(소금과 물의 비율 1대6), 무 1㎏(약 2개), 갓 250g, 미나리 30g, 멸치액젓 또는 까나리액젓 반컵, 새우젓 반컵, 쪽파 80g, 다진 마늘 50g, 다진 생강 10g, 설탕 3큰술, 고춧가루 2~2½컵

<배추 절이기>

① 너무 무겁지 않은 배추를 골라 누런 겉잎을 떼고 반을 가른다. 두꺼운 꼭지 부위를 V자로 잘라 낸 뒤 약간의 칼집을 내준다.

② 천일염과 물을 1대 6으로 섞는다.

③ 배추를 소금물에 담갔다가 꺼낸 뒤 배춧잎 사이에 소금을 살살 뿌린다.

④ 넓은 통에 배추 단면이 위를 향하게 차곡차곡 쌓고 남은 소금물을 뿌린 뒤 무거운 것을 눌러 8시간 이상 둔다. 배추의 위치를 위아래로 바꿔가며 고루 절인다.

⑤ 다 절여지면 소금기를 깨끗이 씻어내고 배추를 엎어 물기를 뺀다.

<배춧속 넣기>

① 무는 0.5㎝ 너비로 채썬다. 갓, 쪽파, 미나리는 3㎝ 길이로 썬다.

② 무채와 액젓, 새우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설탕, 고춧가루를 넣고 잘 버무린다. 무채가 빨갛게 되면 갓, 쪽파, 미나리를 넣고 버무린다.

③ 절인 배춧잎 사이에 김장 속을 넣고, 마지막 겉잎을 사선으로 감싸듯이 말아준다. 자른 면이 위로 가도록 저장용기에 담는다.

<맛있는 김장 비결>

① 김장 속에 다진 생강은 필수. 마늘량의 6분의 1이 적당하다.

② 새우젓은 6월에 담근 육젓이 비싸지만 맛이 좋다. 생새우를 추가하면 시원한 맛이 강해진다.

③ 지역에 따라 굴, 갈치, 북어를 김치에 넣기도 하지만 해물을 많이 넣으면 빨리 먹어야 한다. 오래 두면 군내가 심해진다.

④ 젓갈 향이 싫다면 북어·다시마 육수를 넣어 감칠맛을 낼 수 있다.

⑤ 빨리 익게 하려면 찹쌀풀을 쑤어 넣지만 보통 김장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⑥ 저장용기의 3분의2 정도만 김치를 채운다. 발효과정에서 김칫국물이 넘칠 수 있다.

■도움말:이홍란 샘표 지미원 원장

2013-11-1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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