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고선사터 댐 짓느라 수몰… 서당화상비 깨진 채 수습

[서동철 기자의 문화유산 이야기] 고선사터 댐 짓느라 수몰… 서당화상비 깨진 채 수습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5-11-27 22:54
수정 2015-11-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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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잠긴 원효의 흔적

국립경주박물관 뒤뜰 한켠에는 압도적인 크기의 삼층석탑 하나가 버티고 있다. 크기가 주는 위압감에 더하여 뒤뜰 복판에 세워진 석가탑과 다보탑의 모조품은 범접할 수 없는 품격이 느껴진다. 고선사(高仙寺)터 삼층석탑이다.

국보 제38호 경주 고선사터 삼층석탑.  문화재청 제공
국보 제38호 경주 고선사터 삼층석탑.
문화재청 제공
●경주박물관으로 옮긴 고선사 삼층석탑

고선사는 경주 시내에서 감은사가 있는 동해로 넘어가는 토함산 중턱에 있었다. 고선사 탑을 이야기하자면 감은사 쌍탑도 언급하기 마련인데, 전형적인 통일신라 삼층석탑은 고선사와 감은사 탑에서 시작해 석가탑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고선사 탑이 제자리를 떠난 것은 1975년이다. 경주 주변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덕동댐이 지어지면서 절터는 물에 잠겼다. 앞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고 삼층석탑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고선사는 원효대사(617~686)가 머물렀던 사찰이다. 1914년 그의 일대기가 새겨진 서당화상비의 깨어진 아랫부분이 절터에서 수습되어 고선사의 내력이 밝혀지게 됐다. 원효는 어릴 적 이름이 서당(誓幢)이어서 서당화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옮겨진 고선사 석물, 왼쪽에 서당화상비가 세워져 있던 귀부가 보인다. 거북이 모양의 머리 부분은 깨져 나갔다. 문화재청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옮겨진 고선사 석물, 왼쪽에 서당화상비가 세워져 있던 귀부가 보인다. 거북이 모양의 머리 부분은 깨져 나갔다.
문화재청 제공
●비석 위·아래 부분은 두 군데서 소장

서당화상비의 왼쪽 윗부분은 1968년 경주시내 동천사터로 알려진 동네 민가에서 발견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제지공장에 있었다고 한다. 지금 비석은 경주박물관이 아랫부분을, 동국대박물관이 윗부분을 소장하고 있다. 비석에는 원효의 출생 수학 저술 교화 입적 추모의 내용이 순서대로 적혀 있다. 유성이 몸으로 들어오는 태몽과 태어날 때 오색구름이 자욱했다는 대목은 ‘삼국유사’ 기록과 일치한다. 신출귀몰했던 대사는 드러내지 않아도 자연히 드러났고, 지방을 두루 교화하고 수공(垂拱) 2년(686) 혈사(穴寺)에서 일흔의 나이로 입적했다는 내용이다. 수공은 측천무후의 연호다.

고선사는 금당 구역과 탑 구역이 나란한 형태를 가진 국내 유일의 사찰이다. 동쪽의 금당 구역은 금당을 중심으로 앞에는 중문, 뒤에는 강당이 자리잡았고 사방을 회랑이 둘러싸고 있었다. 탑 구역은 금당 구역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시 회랑을 두른 모습이었다.

이런 구조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금당 구역을 먼저 짓고, 석탑이 필요해지면서 구역을 추가로 조성했다는 것이다. 거대한 탑을 세워야 했을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원효대사의 입적이다. 고선사터에는 삼층석탑말고도 서당화상비의 귀부와 석등 대석, 주춧돌과 장대석이 대거 남아 있었다. 이것들도 모두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그것도 가람구조와 관계없이 무의미한 모습으로 놓여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5-11-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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