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용사’ 마지막 길 최고 예우로 배웅

‘46용사’ 마지막 길 최고 예우로 배웅

입력 2010-04-29 00:00
업데이트 2010-04-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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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남긴 살신보국의 참군인 정신은 모든 국민이 자자손손 이어 누릴 자유와 번영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29일 오전 10시 평택 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3부 요인과 유가족 등 2천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군장으로 엄수된 영결식은 유족들의 오열 속에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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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편히 쉬소서’ 천안함 희생장병 영결식

 이명박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영결식이 시작되기 전 46용사의 유가족석에 앉아 있는 유족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애도를 표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고인에 대한 묵념으로 영결식이 시작되자 유족들은 눌러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고인에 대한 경례 순서에서 이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인들의 영정을 향해 거수경례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고 이창기 준위를 시작으로 46용사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했다.

 장의위원장인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장병의 명복을 비는 조사(弔辭)를 낭독,식장을 숙연케 만들었다.

 김 총장은 “그대 다 피지도 못하고 물젖은 몽우리로 산화하여 구릿빛 육체는 차디찬 바다에 던져졌지만 당신들의 숭고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 생생히 살아 영원할 것입니다”라며 넋을 기렸다.

 김 총장은 “3월 36일 백령도에서의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우리는 이를 용서할 수 없으며 용서해서도,잊어서도 안 됩니다.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누구든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입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천안함 생존자 갑판부사관 김현래 중사가 전우를 먼저 떠나보내는 애끓는 심정을 담은 추도사를 올리자 유족들은 46용사를 떠나 보내는 현실을 받아들인 듯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 중사는 추도사를 통해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충격과 혼란으로 우리는 암흑천지의 바다에 떨어졌다”고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하다.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김 중사는 이어 “여러분과 우리를 갈라놓은 슬픔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전우들에게 더 큰 용기를 주시고,우리의 바다를 굽어 살피시어 이 나라를 지켜주소서”라며 추도사의 끝을 맺었다.

 유족들은 해군군악대 중창단이 ‘님이시여’ ‘떠나가는 배’를 합창하는 가운데 마지막 길을 떠나는 아들,남편,오빠의 영정 앞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올려놓았다.영정을 쓰다듬으며 아들을,남편을,오빠를 외치며 오열하는 유족들도 있었다.

 식장은 유족들의 흐느낌과 비통해하는 장병들의 눈물로 내내 침통한 분위기였다.

 헌화를 하던 일부 유족은 “이렇게는 보낼 수 없다”며 울부짖다 쓰러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 유가족 대표 등의 헌화 및 분향과 종교의식에 이어 영령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9발의 조총이 발사되고 평택군항에 정박한 모든 함정에서는 10초간 애도의 기적을 울렸다.

 이어 해군 군악대 중창단이 ‘바다로 가자’와 ‘천안함가’를 합창하는 가운데 영현 운구가 시작됐다.

 호위병 2명의 선도로 대형 태극기와 해군기를 앞세운 운구행렬은 길 양편에 도열한 해군 의장대 208명이 호위를 받으며 용사들의 영현과 영정과 위패,훈장,운구함 순으로 식장을 빠져나갔다.

 천안함 생존장병 46명은 46용사의 영정을 직접 들고 전우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영결식장을 나와 군항 부두로 이동한 46용사 영현은 전우를 떠나 보내는 기적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정박 중인 모든 함정 승조원들이 함정의 뱃전에 도열해 바치는 마지막 ‘대함경례’를 받았다.

 군함에서는 해군 정모와 정복을 상징하는 흰색과 검은색 풍선 3천 개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영결식이 1시간여 동안 거행된 후 운구행렬은 9~12대의 차량으로 1개 그룹을 편성해 총 11개 그룹이 시차를 두고 대전현충원으로 향했다.

 유족을 태운 버스만 90대가 동원된 전례없는 대규모 운구 행렬이 2함대 인근 해군아파트를 지날 때 도로변에 도열해 있던 해군장병 및 가족과 주민들은 “편히 쉬시라”며 고인들에게 국화꽃을 바치며 배웅했다.

 해군 아파트로 가는 도로 변 양편에는 태극기와 해군기가,아파트에는 집집마다 조기가 내걸렸다.

 전교생 617명 중 76%인 470명이 2함대 소속 장병들의 자녀가 다니는 인근 원정초교 4~6학년생 300명은 운구행렬이 학교 앞을 지날 때 태극기를 흔들며 추모의 글이 담긴 종이비행기와 흰 풍선을 날렸다.

 2함대를 떠난 46용사의 영현은 이날 오후 3시께 국립대전현충원 사병묘역에 안장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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