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앉는 美·中… ‘천안함 외교’ 기로

마주앉는 美·中… ‘천안함 외교’ 기로

입력 2010-05-22 00:00
업데이트 2010-05-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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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되고 있는 ‘천안함 외교전’의 한복판에서 미.중이 대화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양국의 외교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이 24∼25일 베이징(北京)에서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기 때문이다.클린턴 장관은 21일 일본을 거쳐 상하이(上海)에 도착,공식 방중일정을 시작했다.

 이번 대화의 가장 뜨거운 의제는 단연 ‘천안함’이다.폭넓은 양자현안들이 한꺼번에 오르는 대화석상이지만 시기적으로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천안함 사건을 G2(주요 2개국) 차원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가 중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커트 캠벨 미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 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건을 우선 거론하며 “(천안함 조사발표후) 다음 단계에 대해 한국,중국,일본과 최상의 협의를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베이징 회동이 천안함 정세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자못 커보인다.천안함 대응을 놓고 G2 차원의 ‘컨센서스’가 도출되느냐,아니면 ‘대립각’이 커지느냐를 가늠해보는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아가 ‘한.미.일’ 대 ‘북.중’간 대립구도로 흘러가는 한반도 외교안보지형의 재편흐름에도 중요한 방향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화의 기본구도는 미국이 천안함 대응을 놓고 중국을 설득하는 모양이 될 공산이 크다.미국은 이번 사안이 중국도 당사자인 정전협정의 위반이자 유엔 헌장의 명백한 위배라는 점을 지적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책무를 가진 유엔 상임이사국이자 G2의 일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책임있는 역할’을 압박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이미 클린턴 장관은 21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천안함 공격 행위에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으며,지역적 차원만이 아니라 국제적 대응이 반드시 취해져야 한다”는 내용의 대중(對中)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 같은 미국의 설득에 대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아직 미지수다.북한과의 우호관계와 한반도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선뜻 미국의 입장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명백한 물증이 드러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를 고수하기는 어려운 딜레마적 국면이기 때문이다.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한국 정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해 현재 평가.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도 “각국은 냉정하고 절제된 태도로 유관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 한반도 정세의 긴장을 막아야 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천안함 대응을 둘러싼 이번 대화의 향방을 놓고는 관망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은 외교속성상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더라도 한반도의 긴장을 높이는 쪽으로 대응방향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입장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에 따라 이번 대화에서 진전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 않고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 대응 움직임에 대해서도 소극적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북한의 도발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된데다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여서 중국으로서도 결국 국제적 흐름에 보조를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주목할 변수는 대중 설득이 한.미.일 공조의 틀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당장 우리 정부는 내주초 대통령 담화발표 이후 미국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대중 설득외교를 전개해나갈 방침이다.

 26일 한.미 외교장관을 통해 미국과의 보조를 맞출 우리 정부는 곧바로 이달말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 대해 최고위급 설득노력을 펼 것으로 알려졌다.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은 한.일이 중국을 상대로 공동 설득을 전개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눈여겨봐야할 외교이벤트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중국으로서는 이 같은 양자·다자 외교무대를 계기로 천안함 대응방향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변수는 북한의 불가측한 대응 움직임이다.천안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수세에 내몰린 북한은 20일 국방위원회 성명에 이어 21일 조평통 대변인 성명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쏟아내며 반발세를 키워가는 분위기여서 차후 어떤 대응카드로 천안함 정세를 흔들어놓을 지 미지수다.

 중국을 포위하고 있는 한.미.일 공동전선과 이에 반발하는 북한의 대응 움직임 속에서 천안함 외교의 향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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