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침략’발언과 중국의 한국전쟁 인식

시진핑 ‘침략’발언과 중국의 한국전쟁 인식

입력 2010-10-28 00:00
업데이트 2010-10-2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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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중.고교의 역사 교과서에 한국전쟁은 항미원조전쟁(抗美援朝戰爭)으로 기술돼 있다.남침 또는 북침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그럼에도 한국전쟁은 미국의 침략전쟁이라는 게 이들 교과서를 관통하는 인식이다.

 특히 1992년 한중 수교 전에는 “1950년 6월 25일에 미 제국주의가 침략했다”고 기술해 이른바 북침설에 무게를 실었다면 한중 수교 후에는 “6.25 전쟁이 발발했고 미 제국주의가 침략했다”는 표현으로 북침설을 흐린 게 눈에 띈다는 지적이다.

 물론 중국내 대학 강단에서는 냉전후 해제된 러시아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한국전쟁은 김일성이 구(舊) 소련을 등에 업고 벌인 남침이라는 실체적 진실이 공공연하게 전달되고 있다.

 중국의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대권가도에 들어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24일 한국전쟁에 대해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한 발언도 이런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문제는 ‘침략’이라는 단어인데,이 것이 북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중국 당국의 입장인듯하다.

 시 국가부주석의 발언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전쟁을 부인하고 한국과 한국민을 모독한 발언으로 해석된데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이 27일 인민해방군 국방대학 교수인 쉬옌(徐焰) 소장의 한국전쟁 관련 기고문을 실어 사실상 해명하고 나선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쉬 교수는 기고문에서 한국전쟁의 직전 상황을 살펴보면 북쪽에는 조국해방을,남쪽에서는 북진통일을 외치는 상황이었고 그런 가운데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전쟁은 ‘내전’으로 봐야 하며 이를 ‘조선전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1950년 6월 27일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 참전을 선언하고 대만에 미군을 보내 중국이 안보위기를 맞으면서 그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의 인민지원군을 한국에 보낸 것은 ‘항미원조전쟁’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시기적으로 조선전쟁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까지이고 항미원조전쟁은 중국 지원군이 출병한 1950년 10월부터 1953년 7월까지로 구분하기도 한다.

 쉬 교수의 이 기고문은 2005년 신시다오칸(信息導刊)이라는 잡지에 게재됐던 것이지만 시진핑의 6.25 남침 부인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다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간접화법으로 북한의 남침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의 침략 발언이 불거지면서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거세게 반발하자 중국 당국이 이례적으로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지시간으로 27일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까지 나서 시진핑 발언에 대해 “돌아가서 역사책들의 먼지를 털어봐야겠다”면서 “내게는 옳은 얘기로 들리지 않는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아울러 김성환 외교장관은 “북한의 남침에 의한 전쟁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는가하면,월터 샤프 한미연합군사령관도 “한국전쟁은 북한의 침공에 의한 전쟁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베이징 외교가는 시진핑의 침략 발언이 나온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한국전쟁 참전노병들을 초청한 가운데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전쟁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시진핑의 문제 발언이 나온 점으로 볼 때 다분히 국내 정치용이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침략으로 갓 출범한 중화인민공화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항미원조전쟁에 나선 영웅들의 희생으로 국토를 수호했다면서 노병들을 치켜세우는 한편 북한과의 유대를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강도높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문제 발언이 최근 중국 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후계 자리를 사실상 확정지은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이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사실상 후계로서 공개 행보를 하면서 북중 양국이 ‘혈맹’을 강조하는 등 밀착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시진핑의 문제성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동조해 북침설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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