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신임 국방장관 발탁 배경·인선 안팎
“상황이 계속 엄중하다. ‘이런 상황을 과연 어떻게, 제대로 헤쳐 나갈 수 있느냐.’가 (인선의) 핵심 포인트였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김관진(육사 28기·61) 전 합참의장을 국방장관으로 내정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정책 부서와 야전 부대 등 군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김 내정자를 발탁함으로써 흐트러진 군 기강을 다잡고,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김 내정자는 군 안팎에서 선·후배들의 신망이 높아 이미 군원로나 정치권 등 여러 경로에서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전형적인 무골이지만, 워싱턴 헤리티지 재단에서 6개월간 수학하고 국방과학연구소 자문위원도 지내는 등 이론적인 토대도 갖췄다.
김 내정자는 특히 군개혁과 관련,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청와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내정자는 “평시 군체제를 60년간 지속하다 보니 군이 보고 위주의 행정적인 조직이 돼 가고 있다.”면서 “군인 정신이 약화된 만큼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교전규칙 준수와 관련해서 그는 “군인들 용어로 확전은 전면전을 의미하는 것인데, 전면전을 막기 위해 교전규칙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평도처럼 국지전이 벌어질 때 군인들은 전면전으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전략적인 개념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김 내정자가 장관에 발탁된 것은 호남 출신으로, 2008년 합참의장에서 물러날 때 재산도 서울 중랑구에 9억원대의 아파트 1채와 퇴직연금 정도만 갖고 있는 등 청빈한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 통과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작용했다. 홍 수석은 “김 내정자가 국민에 대한 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군대다운 군대’를 만드는 데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내정자의 인선이 발표될 때까지 청와대는 하루종일 진통을 겪었다. 당초 김태영 장관의 후임으로는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보가 낙점됐다.
청와대는 오전 7시 30분부터 주요 참모 8명들이 참석한 가운데 ‘0순위 후보’인 이 특보에 대한 ‘모의 청문회’를 실시했다. 심층면접을 통해 이 특보가 노후 대비용으로 경기도 남양주에 매입한 부동산과 1980년대 말 민간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한 위장전입 사례 등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홍 수석은 그러나 “이 특보도 2억 2000만원대의 집 1채만 갖고 있는 등 부동산과 위장전입이 문제삼을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이 특보의 경우 안보특보로서 국방개혁을 마무리해야 하고, 장관과 국방비서관을 이미 교체한 상황에서 안보특보까지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장관후보에서 배제했다는 설명이다. 이 특보가 탈락되면서 곧바로 오후에는 차순위 후보였던 김 내정자에 대한 모의 청문회 절차를 밟았고, 별다른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파악돼 청문회가 끝난 뒤 이 대통령과 30여분간 면담을 거쳐 최종 장관 후보로 내정하게 됐다.
지난 5월 1일 김태영 장관이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은 다수의 후보들을 검토해 왔으며, 이날 최종 단계에서 이 특보와 김 내정자 두 명만을 놓고 막판 검증청문회를 가졌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군과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탓에 청와대가 김 장관의 경질을 급하게 서둘렀고, 이 때문에 막판까지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2010-11-27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