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개인사업자 부담원칙” vs “국가가 지원해야”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리비아에서 우리 교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투입된 전세기가 ‘항공료 논란’에 휩싸였다.정부가 전세기 항공료를 회사나 개인 사업자가 부담하게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항공료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은 한 네티즌이 지난달 28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리비아 탈출 전세기 항공료 개인 부담’이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지난달 26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이용해 귀국한 리비아 건설근로자라고 밝힌 이 네티즌은 “중국의 경우 대형선박과 전세기를 이용해 1주일도 안 돼 2만명의 자국민을 탈출시켰으며, 귀국에 드는 모든 비용을 100%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 정부는 교민과 건설 근로자들에게 항공료와 모든 경비를 청구했다”며 “우리에게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정부는 필요 없고 모든 일을 개인이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세금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공감을 표했다. 서명인 수 5천명을 목표로 추진 중인 이 청원은 1일 오전 11시 현재 2천명의 서명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외교통상부는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해외 사건.사고시 발생하는 사적 비용을 회사나 개인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준수하는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이를 세금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없는 상황이며, 이러한 원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세금과 예산의 사용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정신병자나 행려병자, 기타 자력구제가 어려운 우리 국민의 안전이 긴급한 상황에 처한 경우에 한해 국내 이송 경비를 국가가 지원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외교부의 설명에 대해 상당수 네티즌들은 “철수 비용은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리비아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자사 직원들의 귀국 비용을 추후 정산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1일 “정부가 삼호주얼리호나 샘물교회 피랍자들의 귀국 비용을 부담했다는 오해도 있지만, 실제로는 추후 정산 방식으로 회사나 교회가 모두 지불했다”면서 “다만 리비아에서 철수한 건설 근로자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하청업체에 소속된 분들은 회사가 귀국 비용을 부담하기 힘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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