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신정아씨의 자서전 발간을 계기로 정운찬 전 총리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는 등 4.27 재보선을 앞두고 더할 나위 없는 ‘호재’를 만났는데도 거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슷한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한나라당을 ‘성희롱당’으로 비하했던 지금까지의 행태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태도다.

대변인실은 “논평하기가 좀 그렇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과거 여성 문제와 관련해 대여 공세에 앞장섰던 여성 의원들도 조용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핵심 당직자는 “신씨 개인이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정 전 총리를 두둔하는 발언도 했다.

김해에서 열린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지원 대표만이 이번 파문에 대해 언급했다. “뜻하지 않은 책 한 권으로 이제 후보조차 되지 못할 판국”이라는, 그 답지 않은 ‘밋밋한’ 발언이었다.

신씨의 자서전 공개 후 언론의 논평 요구가 이어지자 차영 대변인이 이날 오전 마이크를 잡긴 했지만 신씨가 주장한 술자리 등 정작 민감한 핵심 논란은 피해갔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를 놓고 당내에서는 정 전 총리의 거취가 손학규 대표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손 대표의 분당 출마를 전제로, 정 전 총리가 출마하도록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에 대해 손 대표 주변에서는 “오히려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어떻게든 파문을 잠재우려는 정 전 총리를 도와주는 것 아니냐”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때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후보였던 정 전 총리에 대해 당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공격 강도가 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