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나라 꼬리표 떼고 야권 유력 대권주자 ‘우뚝’

손학규, 한나라 꼬리표 떼고 야권 유력 대권주자 ‘우뚝’

입력 2011-04-28 00:00
수정 2011-04-28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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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의 기적’ 일군 그의 정치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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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짜릿한 인생 역전을 맛봤다.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 ‘철새’라는 여권의 공격을 버티며 춘천 칩거 등으로 몸을 웅크린 지 4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한나라당의 ‘심장부’인 분당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말뚝을 박았다. 손 대표는 27일 당선 소감을 통해 “분당의 승리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승리”라면서 “변화 열망이 분당의 시민을 통해서 표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승리는 손 대표의 당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은 물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위상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손학규의 행로는 가시밭길이었다. 1993년 경기 광명에서 보궐 선거로 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15대 총선에서 재선한 뒤 신한국당 정책조정위원장을 맡는 등 여권의 촉망 받는 정치인으로 순탄하게 입지를 굳혀 나갔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2000년 총선에서 16대 국회의원에 올랐다. 2년 뒤인 2002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경기지사직에 도전해 당선됐다. 한마디로 ‘승승장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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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하는 민주
환호하는 민주 27일 밤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선거 방송을 함께 시청하던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이 분당을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가 앞섰다는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박주선 최고위원, 박 원내대표, 정세균·조배숙 최고위원.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그러나 손 대표는 2007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이번 보궐선거에서 맞붙은 당시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와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된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여부를 놓고 당 지도부가 극심한 내홍을 겪다 칩거에 들어간 지 나흘 만인 2007년 3월 19일 “돌팔매를 감수하겠다.”며 탈당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손 대표는 “지금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과 개발독재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며 여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무능한 진보와 수구 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구조를 교체하겠다.”며 당을 박차고 나왔다. 사실상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이었다. 그때부터 ‘탈당·철새 정치인’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시련의 계절은 계속됐다. 탈당 직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 경선에서 정동영 의원과 경쟁했지만 무너지고 말았다.

하지만 손 대표는 시련을 딛고 이듬해인 2008년 1월 9개월 만에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로 취임한다. 한나라당은 그런 손 대표의 행보를 놓고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철새의 전형”이라며 맹비난했다.

이후 강재섭 전 대표가 이끈 한나라당과 18대 총선을 놓고 숙명의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총선에 대패한 뒤 당 대표에서 물러나 강원 춘천에서 칩거생활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2년 1개월 동안 암중모색하면서 차기 정국구상에 몰두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상임고문으로 여의도 정계에 다시 돌아왔다.

2010년 10월, 민주당원들은 비호남 출신의 손 대표를 수장으로 추대했다. 호남 출신으로는 대선 판도를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영남 출신으로 대선을 승리로 이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인물로 손 대표밖에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때다.

당시 막강한 조직력을 갖춘 정동영·정세균 전 대표 등 유력 대권주자들을 제치고 전당대회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탈당→대선경선 낙선→총선 패배→칩거 등 우여곡절 끝에 얻은 승리였다.

손 대표는 그때부터 본격적인 당내 계파 화합 조치와 함께 한나라당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에 맞서 서울광장에서 천막 장외투쟁을 주도한 손 대표는 100일 희망대장정에도 나선다.

그리고 운명의 4·27 재보궐 선거. 분당, 강원, 김해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역대 한나라당이 한번도 국회의원을 내준 적이 없는 분당은 후보 영입에 실패, 패색이 짙었다.

손 대표는 오랜 고심 끝에 ‘십자가’를 졌다. 그리고 결국 승리를 차지했다. 중산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구호를 외치며 민심을 흔들었다. 당선 소감을 통해 “이대로는 안 된다,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지엄한 명령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2011-04-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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