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이냐 실리냐”..외교부 탈북자 전략 이견

“명분이냐 실리냐”..외교부 탈북자 전략 이견

입력 2012-02-22 00:00
수정 2012-02-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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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에서 中직접 거론 안할듯

외교통상부가 한중간 외교갈등 조짐을 보이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명분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선명성이 있긴 하지만, 중국과 각을 세우는 것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반면 기존에 해왔던 대로 비공개 양자협의로 탈북자들의 한국행(行)을 추진할 경우 실리측면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교부 내에서도 어떤 식으로 후속 대응을 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외교부 한 고위당국자는 22일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적 처리 요구에 대해 중국은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탈북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인권 잣대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제협약을 거론한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에 호소하면 중국도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협약을 토대로 탈북자 문제를 한번 찔러보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문제만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우리가 ‘국제협약을 준수하라’고 지른 뒤 이를 강제할 적절한 후속조치가 없을 때 오히려 중국의 입장만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그동안 유지됐던 대화채널도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다른 부분의 희생을 감수하고 탈북자 문제를 강공모드로 접근할 경우 정부 내 전 부처의 사전 준비를 거쳐 대중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그런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내의 이런 이견은 중국을 상대로 쓸 적절한 수준의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교류에 대한 조치 등 극단적 카드는 있지만 단계별로 수위를 높일만한 대응책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탈북자 신병처리에 대한 협조 거부는 물론 대북 정책 비협조 카드 등 여러 수준의 대응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당분간 ‘국제협약 카드’에 더한 추가 대응은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북자 문제가 일순간의 조치로 해결될 것 같았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면서 “탈북자건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27~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에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김봉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28일 기조발언에서 전 세계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도 같이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조만간 김성환 외교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유엔인권이사회 발언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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