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에서 中직접 거론 안할듯
외교통상부가 한중간 외교갈등 조짐을 보이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명분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대내외적으로 선명성이 있긴 하지만, 중국과 각을 세우는 것이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반면 기존에 해왔던 대로 비공개 양자협의로 탈북자들의 한국행(行)을 추진할 경우 실리측면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교부 내에서도 어떤 식으로 후속 대응을 할지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외교부 한 고위당국자는 22일 “우리 정부의 인도주의적 처리 요구에 대해 중국은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탈북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인권 잣대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제협약을 거론한다고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지속적으로 국제사회의 여론에 호소하면 중국도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협약을 토대로 탈북자 문제를 한번 찔러보는 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문제만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 한 관계자는 “우리가 ‘국제협약을 준수하라’고 지른 뒤 이를 강제할 적절한 후속조치가 없을 때 오히려 중국의 입장만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그동안 유지됐던 대화채널도 가동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다른 부분의 희생을 감수하고 탈북자 문제를 강공모드로 접근할 경우 정부 내 전 부처의 사전 준비를 거쳐 대중 압박 수위를 계속 높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내부적으로 그런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내의 이런 이견은 중국을 상대로 쓸 적절한 수준의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교류에 대한 조치 등 극단적 카드는 있지만 단계별로 수위를 높일만한 대응책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한국을 상대로 탈북자 신병처리에 대한 협조 거부는 물론 대북 정책 비협조 카드 등 여러 수준의 대응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당분간 ‘국제협약 카드’에 더한 추가 대응은 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탈북자 문제가 일순간의 조치로 해결될 것 같았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라면서 “탈북자건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노력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는 27~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회의에서도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김봉현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이 28일 기조발언에서 전 세계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강제송환 금지도 같이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부는 조만간 김성환 외교부 장관 주재 회의에서 유엔인권이사회 발언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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