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위 지적 수용..더 낮은 자세로 일할 것”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1일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공천 파문 수습에 전력을 기울였다.그는 이날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과 오찬회동을 갖고 지도부의 공천개입 논란 등으로 발생한 공천심사 중단 사태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회동은 한 대표의 요청으로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강 위원장의 지적에 “강 위원장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심위의 지적을 수용한다”며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신경민 대변인이 전했다.
한 대표는 “당 공심위가 공정한 원칙, 객관적 기준에 따라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한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남은 공천심사에서도 민주당의 가치인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 국민이 원하는 인물을 공천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 위원장은 회동에서 “국민을 두려워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달라”는 등의 조언을 했다.
한 대표는 조속한 공천 심사 재개를 당부했지만 강 위원장은 “마음의 평정을 찾는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져 심사 재개 시점은 불분명한 상황이다.
강 위원장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심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당의 공천심사 작업은 이틀째 중단된 상태다.
앞서 강 위원장은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통합당과 민주당이) 통합할 때만 해도 국민을 무겁게 생각하더니 공천이 중반 이상 가면서 그것을 잃어버리지 않았나 싶다”며 “국민은 딴전에 두고 각자의 이익이나 당선에 연연해 국민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특히 강 위원장은 공천심사 내용이 공식 발표 이전에 외부로 일부 유출된 사례가 발생한데 대해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심위가) 권력을 결정하는 자리인데, 인물을 평가하는 비밀스런 자리가 밖으로 나가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대표는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공천파문 수습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강 공심위원장의 심사 거부에 따른 공천심사 중단 문제, 공천 탈락자 반발, 교착상태에 빠진 야권 총선연대 해법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전날 강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최고위원회가 길어지면서 취소된데 대해 “결례를 한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한 대표가 이런 입장을 강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한 관계자는 “공천심사위의 반발 등 공천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격의없는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수용하되 사실과 달리 잘못 알려진 것은 정확히 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舊) 민주계 출신인 한광옥 전 의원이 “이번 공천은 친노(친노무현)세력에 의한 동교동계 죽이기”라고 공천심사 결과에 반발하며 2일 오전 기자회견을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민주계 학살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근거 없는 계파별 비난”이라고 반박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당내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공천 결과에 대한 비판을 초래한 데 대한 책임이 당 지도부뿐 아니라 공심위에도 있는데 강 위원장이 지도부를 비판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당과 공심위와의 마찰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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