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발언으로 軍장악력 높이고 긴장 고조시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일선의 군부대를 잇달아 방문해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의 이런 행보가 표면적으로는 한미 을지연습에 대비한 군 시찰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리영호 총 참모장 숙청 이후 군부 달래기를 통해 군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김정은 체제가 경제개혁 조치를 앞두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한편 한국과 미국의 선거를 앞두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북한이 제한적인 대남 무력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18일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 등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연평도 포격의 주역이었던 서해 최남단의 일선 부대를 방문해 격려하면서 남쪽을 겨냥해 강경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 제1위원장이 방문한 곳은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를 포격했던 북한군 무도 방어대. 그는 이 자리에서 연평도를 지켜보며 “이곳은 조선반도의 최대 열점 수역인 동시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많은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힌 매우 예민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자주권이 행사되는 수역 또는 지역에 단 한발의 포탄이 떨어져도 지체없이 섬멸적인 반타격을 가함으로써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말라”고 지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적들이 감히 서툰 불질을 해대며 우리의 영토에 단 한점의 불꽃이라도 떨군다면 그것을 서남전선의 국부전쟁으로 그치지 말고 조국통일을 위한 성전으로 이어가라”면서 “침략자들이 전쟁을 강요한다면 서해를 적들의 최후 무덤으로 만들라”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제1위원장은 앞서 이달 초 2개월여 만에 군 수뇌부를 이끌고 제552군부대 산하 구분대와 우수부대를 뜻하는 ‘오중흡7연대’ 칭호를 받은 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를 시찰, ‘전투능력 제고’를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그동안 뜸했던 일선 군부대 시찰을 재개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 제1위원장이 선대인 김일성·김정일 체제와는 사뭇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데다 북한의 경제개혁 등 개혁·개방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행보여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표면적으로 한미 을지 연습을 앞두고 북한이 강한 군사적 불만을 표출하고 리영호 숙청 이후 땅에 떨어진 군부의 사기를 높여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방문한 무도 방어대는 남쪽과의 군사적 충돌에서 이겼다고 선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부대”라면서 “군부와 주민들의 긴장과 경각심을 높이고 최고 지도자로서의 담대함도 과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리영호 숙청과 경제개혁 조치 등으로 인해 북한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부 결속을 높이고 한국과 미국의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남 강경 발언 이후 제한적인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조국 통일 성전’ 등의 고강도 발언으로 인해 북한이 대선을 앞두고 대남도발을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다”면서 “내부 상황이 어수선하기 때문에 군과 당의 단결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제한적인 도발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