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언론, 김영남을 김정은으로 해석메가톤급 뉴스에 정부ㆍ언론 한때 ‘분주’
이란 테헤란에서 이달 말 열리는 비동맹회의(NAM)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할 것이라는 22일 현지 언론보도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김 제1위원장의 참석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우리가 알기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매체가 비동맹회의 대변인 발표를 좀 오해해서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동맹회의에 참석하는 ‘북한 지도자’라는 표현을 현지 언론이 대외적으로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아닌 김 제1위원장으로 잘못 해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란 관영 IRNA 통신도 김 제1위원장이 비동맹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동맹회의 대변인인 모함마드-레자 포르카니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란 현지 언론의 보도가 국내에 전달된 지 약 12시간 만에 김 제1위원장의 이란행(行)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정부 당국은 이날 새벽부터 이란 현지 공관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과의 시차가 4시간30분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이란 정부기관이 업무를 시작한지 수 시간 만에 비교적 발 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김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등장 과정 등에서 잇따라 불거졌던 대북 정보력 부재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제1위원장의 이란행 보도가 전해지면서 정부 당국은 물론 국내 언론도 사실 여부에 크게 술렁였다. 김 제1위원장의 첫 국제무대 데뷔는 메가톤급 뉴스였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경협 강화와 경제관리개선 조치 등으로 앞으로 행보에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애초 “북측이 통보한 명단에 특별히 김정은의 이름이 언급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와전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란 언론이 북한 체제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김 제1위원장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을 일찌감치 지적했던 것이다.
전문가들도 집권 초기인 김 제1위원장이 평양을 비우고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지, 또 국제무대 데뷔전으로 후견국인 중국, 러시아 등을 놔두고 이란행을 택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북한은 1975년 정식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NAM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일부 당국자들은 외신 보도가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만에 하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김 제1위원장의 파격 행보로 볼 때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눈치였다.
김 제1위원장은 ‘은둔형’의 김정일 위원장과는 달리 부인을 공개하는 등 제한적이나마 개방적 리더십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란이 김 제1위원장의 비동맹회의 참석을 북측에 요청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이란의 반관영 통신사인 메흐르 통신은 다른 현지 통신사인 파르즈 통신을 인용해 지난 7월 평양을 방문한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차관이 김 제1위원장의 비동맹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서한을 북측에 전달했다고 지난달 18일 보도했다.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은 소개하지 않았다.
국제무대에 데뷔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깜짝 효과’도 잠시나마 김 제1위원장의 참석 가능성을 접을 수 없는 배경이 됐다.
국제회의 참석을 통해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이며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국제 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은 김 제1위원장이 이번 비동맹회의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중국 방문 등을 통해서 국제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