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MB ‘전략가’ “안철수, 호감도 떨어지면”

DJ·MB ‘전략가’ “안철수, 호감도 떨어지면”

입력 2012-08-30 00:00
업데이트 201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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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전략가’ 이영작이 말하는 2012 대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는 박정희, 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각각 약이자 독이 될 수 있다.” 통계 전문가이자 선거 전략가인 이영작(70)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29일 서울 중구 퇴계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오는 12월 대선을 이렇게 전망했다. 이 전 교수는 여론조사 분석 등을 통해 1997년 대선 때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에 각각 일조한 선거 전략가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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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전문가이자 선거 전략가인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가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12월 대선 정국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통계 전문가이자 선거 전략가인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가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 12월 대선 정국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이번 대선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어떤 이슈가 쟁점화되고,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느냐가 중요하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은 MB 정권의 부정부패다. 새누리당 박 후보도 부정부패가 없겠느냐는 이슈로 이어질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책(‘안철수의 생각’)에서 광장히 많은 약속을 했다.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책적인 쟁점을 꼽는다면.

-많다. 만약 박 후보가 ‘안철수 룸살롱’ 논란에 대해 “그 사람 말을 믿는다.”는 식으로 답(실제 발언은 “본인이 밝히면 될 문제”)을 했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런 이슈는 대선에서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그러니 말로 인심이나 썼어야 했다는 것이다.

안철수의 룸살롱이네, 박근혜와 최태민이네 이런 거는 유치한 흑색 선전이다. 그런 식의 선거 운동은 안 된다. 선거는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 가치중립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민심의 저류를 알아내야 선거 전략을 세우는 것은 물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도움이 된다.

●‘안철수 룸살롱’은 유치한 흑색선전

→박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2007년 대선 당시 내가 실시한 세 차례 여론조사에서는 적어도 박 후보가 MB와 비교했을 때 도덕성·신뢰성 빼고는 앞서는 게 없었다. 지금까지 도덕성을 내세워 대통령이 된 사람은 없다. 당시 박 후보가 졌다기보다는 MB가 이긴 것이다.

→박 후보가 지난 5년 동안 약점을 많이 보완했다고 생각하나.

-딴 얘기부터 하겠다. DJ는 경륜·경험이 쌓여 있는 분이었다. 그럼 당연히 참신성은 떨어진다. DJ에 맞서는 후보들은 모두 참신성을 내세워 공격했다. DJ가 어느 날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내가 40년 동안 대통령이 될 준비를 했는데, 이걸 써먹어야 하는데”하면서 고민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만들어 냈다.

박 후보에게서는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 ‘원칙과 신뢰’는 박 후보 주변에서 하는 얘기고, 일반적인 관점에서는 ‘박정희의 딸’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다. DJ의 경험·경륜과 같은 것이다. 냉정하게 평가한 다음에 ‘준비된 대통령’과 같은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이희호 여사가 박 후보를 높이 평가했는데.

-고모(이 전 교수는 이 여사 둘째 오빠의 장남)는 원래 여성운동을 하시던 분이다. 여성의 권익이라는 차원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하신 말씀이지 정치적 측면에서 하신 말씀은 아니라고 본다.

→‘안철수 바람’이 1년 가까이 꺾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호감도가 떨어지는 순간 대통령감으로서 지지도도 꺾이게 된다. 1997년에도 박찬종씨가 굉장히 떴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조순씨도 1997년 8월에 떴다가 금방 꺼졌다. 안 원장이 박찬종씨나 조순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안 원장을 평가한다면.

-책을 내지 않았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참 모범 답안만 내놨다는 것이다. 공격당할 빌미가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예컨대 복지 위에 경제를 세운다고도 했는데 이는 잘못됐다. 복지는 정치다. 달리 말하면 정치 위에 경제를 세우겠다는 것인데, 정치와 경제는 양립해야 하는 문제다.

안 원장의 최대 약점은 위기 관리 능력이 아닐까 한다. 항상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하겠다고 했는데 맞는 얘기다. 문제는 정치를 하고, 국정을 운영하다 보면 국민 의견을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많다는 것이다. 북한이 서해 5도를 공격한다고 가정할 경우 어떻게 국민 의견을 듣고 결정할 수 있겠나. 안 원장이 소통을 강조하다 놓치는 부분이다.

안 원장의 강점은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얘기만 해도 충분하다. 복지나 이런 문제는 들은 얘기지 해 본 적은 없는 것이다. 복지 위에 경제를 올리겠다는 것은 자신의 힘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박 후보와 안 원장이 대선에서 대결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그렇게 해야 될 거다. 1997년 대선 때도 원래 DJ와 JP(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자는 얘기가 있었다. 난 결사반대했다. 여론조사를 하면 이긴다는 것은 알았지만, DJ에게는 ‘산 JP’가 필요하지 ‘죽은 JP’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협상하라고 조언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경쟁 후보를 죽여서는 승산이 떨어진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여론조사 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협상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그게 각 후보의 장점을 살리는 방식이다.

→민주당 경선은 어떻게 보나.

-정치적 관찰이 필요한 부분은 정치인이 아니니 잘 모른다. 나는 조사와 분석을 통해 답을 찾는 사람이다.

●여론조사 요청 아직은 없어

→이번 대선에서 승부처는.

-적어도 민주당 경선에서는 좌파의 지지가 중요하다. 후보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면 곧장 중도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 우파도 마찬가지다. 주류라고 할 수 있는 40대도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40대가 불안해지는 시기다. 불안해하는 주류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느냐가 관건이다.

→1997년 대선 때 고모부인 DJ를 도운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2007년 대선 때 MB를 도운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세 차례 했다. 어떤 부문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누굴 도와주기 위해 조사를 한 게 아니라 MB가 조사 결과를 봤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이다. 이런 조사는 설문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다. 설문이 반이다. 조사를 누가 하는지 응답자가 낌새를 차리면 안 된다. 질문이 공정하고 재밌어야 정확한 조사를 할 수 있다.

→힘든 분석 작업을 하는 이유가 뭔가.

-재밌으니까 한다. 가치중립적이지 못한 조사는 하나 마나다. 후보들 기분 좋으라고 하는 게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조사는 언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야 대선 후보나 주자로부터 (여론조사를 해 달라는) 공식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

→대선 후보나 주자들과의 접촉은 없었나.

-박 후보 측에서는 내 책(97 대통령 선거전략보고서)을 보고 자문했다. 다음 달 열리는 안 원장의 한 지지 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이춘규 선임기자·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영작은 누구

이영작(70) 전 한양대 석좌교수는 세계적인 통계 및 여론조사 전문가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통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 국립보건원(NIH) 의료통계분석실장을 지내는 등 통계학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다.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3년이다. 당시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인권문제연구소를 설립할 때 참여한 이후 20년 남짓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97년 대선 때 슬로건인 ‘준비된 대통령’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이희호 여사의 둘째 오빠 이경호씨의 장남이다.

통계 분석을 바탕으로 선거 전략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1999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다. 2002년 대선 때는 민주당 후보였던 이인제 현 선진통일당 대표를,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을 각각 도왔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를 ‘30년 지기’이자 ‘절친’으로 꼽으면서도 2010년 7·28 서울 은평을 재선거 때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을 도운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집권 비사를 다룬 ‘97 대통령 선거전략보고서’를 출간했던 2001년을 빼곤 정치 전면에 등장한 적이 없다. 한양대 석좌교수와 한·미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면서 정치권과 거리를 뒀다. 현재 140여명의 직원을 둔 의료전문기업 ‘LSK 글로벌 PS’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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