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집 붙박이장 10억 들어가…자전거로 위장”
이상은 다스 회장
특히 이 회장은 애초 이 돈을 삼형제 중 둘째인 이상득(77·구속수감) 전 의원 등을 도울 생각으로 쌓아뒀던 것으로 알려져 이 회장이 정치자금 지원 등을 위해 평소에도 거액의 현금을 보관해두고 있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이 이 자금의 출처 및 용처는 물론 다스 자금과의 관련성 등을 본격적으로 파헤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회장 측은 이와 관련, 다스 자금과의 관련성을 완강히 부인하면서 2005년부터 개인 계좌에서 1천만~2천만원씩 현금으로 인출한 돈이 6억원이 넘는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시형씨는 이 회장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나흘 전에 먼저 이 회장을 찾아가 필요없다는 만류를 뿌리치고 차용증을 써줬다.
이 회장 측은 “시형씨가 지난해 5월20일 이상은 회장의 경주 다스 사무실로 차용증을 먼저 써서 갖고 왔다. 이 회장은 조카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차용증까지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시형씨가) 쓰자고 해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형씨가 차용증을 썼다는 작년 5월20일은 이 회장에게서 6억원을 빌렸다고 특검에서 진술한 5월24일보다 나흘 앞선 시점이다.
시형씨는 프린트된 차용증을 들고 이 회장 사무실을 방문했으며, 차용증에 자필로 서명한 뒤 이 회장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이 회장 측은 전했다.
이 회장은 그날 밤 서울로 올라가 서울 구의동 자택의 붙박이장에서 6억원을 꺼내 보자기로 싸놓고 다음날 새벽 내려왔으며, 나흘 뒤 시형씨가 경주에서 올라와 이 회장 부인 박모씨로부터 그 돈을 받아간 것이라고 이 회장 측은 설명했다.
돈은 1만원권 5억원, 5만원권 1억원으로 가방 3개(트렁크, 손가방)에 나눠 전달됐다.
이 회장의 63평형 아파트 문간방에 있는 이 붙박이장은 현금을 10억원까지 보관할 수 있으며, 평소 잠금장치 없이 앞에다 자전거를 한 대 놓아둬 평범한 벽장인 것처럼 위장해뒀다고 이 회장 측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스와 상관없이 개인 계좌에서 빼 마련한 현금이고, 이상득 전 의원 등을 도와주려고 쌓아뒀던 것 같다. 시형씨에게 빌려주고도 수천만원 남았다”며 “이 회장이 문제가 될 줄 모르고 현금으로 건네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이 사업외 목적으로 상당한 액수의 현금을 보유한 정황이 석연찮다고 보고 자금 출처에 주목하고 있다.
시형씨는 사저 부지 매각대금을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다음날인 지난 5일 이 회장으로부터 빌린 6억원 중 5억원을 계좌로 보내 갚았다. 같은 날 모친인 김윤옥 여사의 땅을 담보로 빌린 돈도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시형씨가 돈을 빌리기 전 직접 차용증을 들고 찾아갔다는 것은 본인이 실매입자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차용증 공증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시형씨와 청와대 측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미리 서류를 만들어뒀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팀은 차용증 출력본을 검찰에서 넘겨받아 작성시기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