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평가·쌀시장 수호·내각제 개헌 ‘空約’… 사과·레임덕 부르기도

중간 평가·쌀시장 수호·내각제 개헌 ‘空約’… 사과·레임덕 부르기도

입력 2013-09-25 00:00
업데이트 201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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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공약 불이행 실태 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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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수정의 불가피성을 해명하는 수준을 넘어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데 대한 유감 표명과 함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직접적인 사과보다는 ‘임기 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만 주요 대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은 대선 때 내세웠던 주요 공약 1~2개를 임기 내 이행하지 못했고, 일부 대통령들은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공약 파기 논란은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본격화됐다. 노 전 대통령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 1987년 대선에서 “대통령 임기 중 국민에게 신임을 묻겠다”면서 전격적으로 ‘중간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간에 국민들의 신임을 다시 묻겠다는 것으로, 다른 후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약속이었고, 실제 이로 인해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됐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1989년 3월 야당과 비밀 합의를 통해 중간평가 공약을 파기했고, 국정 주도권을 잃은 노 전 대통령은 ‘물태우’라는 오명을 얻었다.

1992년 대선 때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고 약속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0개월여 만에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12월 쌀시장 개방을 위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참여로 공약 파기 상황에 놓이자 TV 생중계를 통해 “국민에게 한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황인성 당시 국무총리가 물러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내각제 개헌 철회도 대표적인 공약 파기 사례다. 내각제 개헌은 대선 공약이자 이른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의 연결고리였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1999년 7월 내각제 개헌을 철회했고, 이는 2001년 DJP 연합을 파국으로 이끄는 단초가 됐다. 김 전 대통령의 ‘농가 부채 탕감’ 공약도 불발로 끝나면서 2000년 농민 시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등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됐다.

비록 헌법재판소라는 ‘제3자’의 개입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도 결국 공약(空約)으로 끝났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워 충청권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실제 취임 후 “행정수도 이전으로 (대선에서) 재미 좀 봤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대해 2005년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렸고,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핵심 경제 공약이었던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선진 7개국 진입)이 무위에 그쳤다.

여기에 2011년 3월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 역시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전면 백지화되면서 집권 초기 내세웠던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

가장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쳐 좌초됐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뒤 ‘4대강 정비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이명박 정부가 이후에도 은밀하게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기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 중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사안은 이번에 논란이 된 노인연금 등의 복지공약과 군 복무기간 단축(21개월→18개월) 등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의 경우, 국방부가 난색을 표시해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 있다.

박 대통령이 역대 정권의 대선공약 불이행 사례와 그로 인한 국정운영 난맥상을 반면교사로 삼아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3-09-2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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