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방안 논의… 생색내기 지적도
경제 규모에 비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가 인색하다는 지적을 받는 한국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재단과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빌 게이츠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의 마이클 다이츠 정부관계국장을 만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과 관련해 양자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외교부는 이 자리에서 국내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기업의 지원으로 설립한 아프리카 말라위의 대양누가병원 내 의과대학 설립 사업에 대해 게이츠재단이 참여하는 방안과 세계백신면역연합 등 국제기구 지원에 양측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이츠 국장은 대양누가병원과 관련, “재단 방침상 의과대학 설립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병원의 약품 공급이나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할 수는 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의는 총국민소득 대비 ODA 비율이 0.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 회원국의 평균(0.31%)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이 저명한 단체와 손잡는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원조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 세계 최대 자선단체에 손을 빌리는 형식이 될 수 있어 자칫 원조 책임을 나누거나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외교부는 양측이 함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재단 측은 “ODA와 관련해 정부기관과 MOU를 체결한 사례는 미국과 영국, 중국뿐”이라며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2014-09-10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