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군인연금 개혁 반대 이어 비정규직 대책도 부정적與, 당정협의 생략에 불쾌감…총선 다가오면서 표심에 예민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이 정부 정책에 잇달아 제동을 거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모습이다.집권 초반엔 ‘인내심’을 보였던 여당이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민감한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강한 불만을 표출하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최근 정부가 공무원연금에 더해 사학·군인 연금까지 한꺼번에 손보겠다는 발표를 일방적으로 내어놓자 새누리당이 “제 정신이냐”는 반응과 함께 이를 결국 백지화시킨 대목이다.
당정이 주요 정책 과제의 실현 전략을 놓고 정반대의 견해를 내어놓으며 정면으로 충돌한 끝에 결국엔 입법권을 쥔 여당의 뜻대로 결론이 났다.
가장 최근인 4일에는 이완구 원내대표가 정부가 며칠 전 발표한 일명 ‘장그래법’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계약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단일기업에서 보면 월급이 많이 나가지만, 대승적으로 생각해서 비정규직을 줄이는 방향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여권 핵심실세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도 하에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를 내세워 야심 차게 추진하는 과제에 대해 집권 여당의 ‘원내 사령탑’이 사실상 제동을 거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볼 때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도 향후 입법화과정에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을 전망이다. 야당이 이미 분명한 반대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이를 정면 돌파해야 할 여당의 원내 지휘관도 사실상 부정적 기조에 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특히 정부가 노동정책의 핵심인 비정규직 대책을 여당과 당정 협의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안해 발표한 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당직자는 5일 “여당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중요한 정책을 제멋대로 공개부터 해놓으면 뒤치다꺼리는 누가 하란 말이냐”면서 “정부 관계자들이 개념도, 예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정 간에 삐걱대는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민심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여당이 민감한 과제에 대해 정치적 부담을 지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총선이 이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표심에 금이 가는 일에 총대를 메고 싶어하지 않아 하는 게 여당 내부의 분위기다. 집권 초반과는 달리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역학 관계상 당·청 간 힘의 균형이 청와대 쏠림 현상을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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