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결과…거액 국외송금 고액체납자 관리도 ‘구멍’
국세청이 사망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8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하는 등 조세행정의 허점을 드러냈다.국세청
감사원이 체납세액 1천만원 이상으로 납세고지 이전에 사망한 납세의무자에 대한 과세 및 체납실태를 점검한 결과 국세청은 2000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사망자 1천940명에 대해 3천616건, 812억7천800만원의 국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른 체납세액이 1천298억9천200만원에 달했지만 국세청은 잘못 부과한 국세를 정리하거나 상속인에 대한 부과방안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었다.
더욱이 세금이 부과된 사망자 중 1천만원 이상 상속재산이 있는 경우가 884명이나 됐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사망자는 과세 효력이 없으며, 납세 고지 이전에 사망한 납세 의무자에 대해서는 상속인 등에게 세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국세청은 국세부과 전산 입력화면에 사망 여부가 표시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확인 없이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했으며,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전산 시스템을 보완했다.
◇거액 국외송금 고액체납자 버젓이 출입국 = 국세청은 해외부동산 취득을 위해 5만 달러 이상을 국외로 송금한 적이 있고 5천만원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고액체납자는 법무부에 출국금지 요청을 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2012년 14명, 지난해 26명이 출국금지됐다.
하지만 국세청은 현장에서 제대로 제출되지 않는 해외부동산 취득 보고서만 참고했을 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취득 신고 수리자료나 외국환 송금자료는 점검하지 않아 고액체납자 11명이 출국금지 대상에서 누락됐다.
이 중 K씨는 4억2천700여만원을 체납한 채 2008년 4월 출국했는데도 이후 출입국 상황이 관리되지 않고 있었고, L씨는 7천100여만원을 체납한 상태로 3차례나 자유롭게 출입국할 수 있었다.
◇대법원 판례 무시한 기재부 ‘갑질’ = 대법원 판례와 감사원 결정을 무시한 채 국세 예규를 만들어 세금 환급을 거부한 사례도 지적됐다.
대법원은 2013년 6월 장례식장 사업자의 장례음식 공급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라고 판결했고, 감사원도 부가가치세 환급을 요구하는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통보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국세 예규를 만들었지만, 면세 대상을 예규 신설 이후로 제한하는 내용을 임의로 포함했다.
일선 세무서는 이 같은 예규를 근거로 이전에 제기된 부가가치세 경정청구 306억원 상당을 전액 거부했다.
감사원은 “잘못된 예규로 인해 소송 등 불복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등 납세자 불편과 불필요한 소송 비용, 행정력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들을 포함해 감사결과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주의 요구 및 통보하는 등 12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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