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 연구 일부 자율적 진행…”필요한만큼 할수있을것”’포괄적 사전동의’ 못얻고 ‘농축’ 협의대상 포함은 한계
한미 양국이 사실상 타결한 것으로 알려진 새 원자력협정은 원전 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과 비확산 정책을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이 절충된 것으로 평가된다.재처리 농축과 관련한 현재의 골격이 유지된다는 총론에서는 미국의 입장이, 일부 연구·개발과 산업 협력 등 각론에서는 우리의 요구가 각각 반영됐다는 점에서다.
정부 내에서는 우리의 협상 목표인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의 증진 측면에서 새 협정은 이전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0여 년 전 체결된 이전 협정이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일방적으로 담았다면 새 협정은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의 위상에 맞게 양측을 전략적 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협력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이기는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사용하는 연구·개발을 우리가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점도 의미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전 협정에서는 우리가 사용후 핵연료를 건드리기만 해도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핵확산 차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도 동의한 것으로 보고 우리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다.
가령 우리나라는 2012년에 미국에 ‘사용후 핵연료 차세대 관리종합공정 실증시설(ACPF)’에 대해 동의 요청을 했으나 미국이 답변을 하지 않아 연구에 차질이 생겼는데 앞으로는 비확산 차원에서 우려가 없는 연구에 대해서는 이런 과정이 생략되면서 사용후 핵연료 관련 연구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소식통은 8일 “연구·개발 측면에서 우리가 필요한 만큼은 앞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08년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협정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한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됐고,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인한 베트남과의 협정에는 농축과 재처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실버 스탠더드’가 들어가는 등 미국이 비확산 문제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에 농축·재처리 금지조항이 들어가지 않았다.
새 협정에는 한미 양국이 같이 실시하는 파이로 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공동 연구의 결과를 평가해 반영할 수 있는 내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2020년까지 10년간 3단계로 나눠 파이로 처리 및 소듐냉각고속로(SFR) 등을 주제로 함께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일본처럼 포괄적 사전 동의를 확보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놓고 국내에서는 우리의 권리가 여전히 침해된 것 아니냐면서 비판적인 평가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새 협정에서 일부 연구는 필요한 자율적 진행이 가능해졌으나 주요 부분은 여전히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다.
우리와 달리 일본의 경우 미국과의 사전 협의 없이 자체 판단에 따라 농축·재처리를 할 수 있다.
또 기존 협정에는 명시적으로 들어 있지 않은 원자력 농축 문제가 이번에는 미국과의 협의 대상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도 말이 나올 수 있다. 새롭게 규제받는 대상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본이 협정을 개정했던 1988년과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는고 설명해 왔다.
미국이 일본과의 협정을 체결할 당시에는 냉전 시대 동맹의 논리로 협상이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당시에는 강하지 않았던 미국의 비확산 정책 속에서 한미간 협의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한미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한차례 만기를 연장한 것이나 미국 내에서 ‘골드 스탠더드’란 말이 나오는 것 모두 미국의 비확산 정책의 강도를 보여준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협상은 우리가 목표로 삼은 3가지 준거로 평가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재처리 문제의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에 어느 정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했느냐는 게 포인트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협상 목표인 우라늄 농축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방식이 됐다. 이밖에 양측은 우리나라 원전 수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별도의 부속서를 통해 산업적 협력 관계 내용을 상세하게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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