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 숙인 기무사…”존재가치 의심하게 하는 사건”

또 고개 숙인 기무사…”존재가치 의심하게 하는 사건”

입력 2015-07-10 16:31
수정 2015-07-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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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업체에 기밀유출·탄창 밀수출 관여 등 잇단 비리

국군기무사령부가 올해 들어 전·현직 직원들의 비리 혐의가 잇달아 적발되자 곤혹스러워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지난 5월 기무사에 몸담았던 예비역 장교 2명이 관여한 탄창 밀수출 사건과 군무원이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에 6년간 기밀 670건을 건네고 뒷돈을 받은 사건에 이어 영관장교가 중국에 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또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비역 장교 2명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고 군무원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구속됐다. 중국인에게 군사 기밀을 넘긴 S 장교는 10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 “기무사 존재가치 의문시되는 사건”

군내 보안과 방첩 업무담당 책임기관으로서 군의 어느 기관보다 도덕·청렴성으로 무장해야 할 기무사의 전현직 직원들이 잇달아 얼빠진 사건을 저지른 데 대해 군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조현천 기무사령관은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S 소령 기밀유출 사건의 후속 대책을 보고한 다음 기자들과 만나 “기무사 존재 가치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으로 위중하게 생각하고 강도 높은 고강도 혁신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조 사령관은 “기밀 유출을 방지하고 방첩 업무를 주요 임무로 하는 기무사령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고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 없다”고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다.

그러면서 조 사령관은 단기적으로 5가지의 혁신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 내부 인원과 국방부 감사관실 등 외부인원으로 특별직무감찰팀을 구성해 연말까지 소속 전 부대를 대상으로 직무감찰을 벌이겠다고 설명했다.

직무감찰에서는 보안관리, 방산업체와 결탁 여부, 근무 태도와 방식 등 부대뿐 아니라 부대원 개개인에 대한 고강도의 감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기무사는 이번 직무감찰을 통해 기존에 제정된 윤리강령을 위반한 부대원이 적발되면 한 번에 군복을 벗도록 하는 ‘원아웃’ 제도를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무사령부 본부와 각 군에서 근무하는 기무 부대원들을 서로 순환 근무토록 해서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근무하면서 생길 수 있는 비리 소지를 없애는 방안도 추진한다고 한다.

하지만 기무사는 방위사업비리 수사가 시작된 후 ‘기무사는 그간 뭐 했느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국회에서 한 차례 이런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어 새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무사는 군사 자료 생산에서부터 파기까지 전 과정의 이력이 저장되는 기밀자료 관리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구축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1948년 기무사 모체인 조선경비대 정보처 산하 특별조사과가 설치된 이후 67년간 이런 기밀자료 관리 시스템 하나도 갖추지 못한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무사 장교 기밀유출 혐의 군검찰 수사도 ‘부실’

S 소령의 군사기밀 유출 의혹을 캐고 있는 군 검찰의 수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군 검찰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및 군형법 위반(기밀누설)’ 혐의로 구속 기소한 S 소령에 대해 한 달간 수사를 해왔지만, 범행 동기를 비롯한 기밀자료를 받은 사람에 대한 정확한 신원 파악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S 소령이 군사기밀을 포함한 자료를 넘겨준 사람은 중국인이지만 그가 어디 소속이고 어떤 인물인지는 알지 못한다”면서 “S 소령이 진술한 범행 동기도 이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중국인이 이름을 2~3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북한 쪽과 관여된 것은 아니다”면서 “북한 쪽과 연계됐다는 어떠한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1월부터 내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11일 체포해 1개월가량 수사를 해온 군 검찰이 핵심적인 단서마저 캐내지 못한 셈이다.

또 S 소령이 2013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군사기밀 또는 군사자료를 유출한 것을 확인했지만, 간첩 혐의를 제외하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만 적용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는 해군 함정과 관련한 3급 기밀자료를 비롯한 기타 군사자료 26건을 ‘신원 미상’의 중국인 남자에게 넘긴 것으로 군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그는 기밀자료를 외장메모리(SD) 카드에 담아서 다른 미확인 인물과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접선해 전달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2월 서울에서 군사비밀 3급 자료를 참고해서 손으로 작성한 다음 사진으로 찍어 SD 카드에 담아 신원 미확인 사람에게 전달했다”면서 “2013년 6월 말 외국에 있을 때 군사자료 9건을 저장한 카드를 전달했고, 작년 10월에도 대전에서 17건의 자료를 담은 카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에 걸쳐 자료를 넘긴 S 소령의 행위를 볼 때 단순히 군사기밀 유출 혐의만 적용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검찰 관계자는 “군형법 제13조와 형법 98조에는 적을 위한 행위를 간첩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적이 아니라서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3급 기밀자료가 갔기 때문에 우선은 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적용했다”면서 “현재까지 수사 결과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보안 및 방첩을 주임무로 하는 기무사 소속 장교의 구속 사건을 설명하는 기무사와 국방부, 국방부 검찰단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방부 기자실에서 진행된 비공개 브리핑에는 기무사와 군 검찰단 관계자들은 한 명도 얼굴을 나타내지 않았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이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 결과를 설명했지만 그 내용이 부실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이후 이날 오후 국방부 검찰단 고위 인사가 나타나 보충 설명을 하면서 은폐 축소 의혹을 해소하느라 진땀을 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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