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때 진로 고민”…총선 지역구·비례대표 출마
정의당 천호선 대표가 19일 심상정 체제 출범으로 대표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갔다.종북세력과의 결별을 꾀하며 진보정의당의 ‘제2창당’을 선언, 2013년 7월21일 위기에 몰린 진보정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지 꼭 2년만이다.
부침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임기를 채운 건 민주노동당 시절 강기갑 전 대표를 빼고는 처음이다. 그만큼 임무를 무리없이 완수하고 박수 받고 떠나는 셈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노무현의 사람’으로, 당내 소수파인 국민참여계 출신이지만 이제는 정의당의 대표적 ‘간판’으로 자리잡게 됐다.
대표 선출 당일 ‘진보정의당’의 당명에서 ‘진보’를 과감하게 떼낸 천 대표는 낡은 이념정당, 운동권 정당의 ‘갑옷’을 벗어던지고 ‘제3의 길’을 닦는데 주력했다.
지난 3월22일 당 대회에서 ‘현실주의 진보정치’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신(新)강령을 제정하고 심상정 당시 원내대표와 함께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힙합댄스를 선보인 것은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의 환골탈태 시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하지만 정당이 선거로 평가받는 정치현실에서 냉정한 평가도 감수해야 했다.
취임 뒤 처음 치른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 당선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곧이은 7·30 재보선에서는 노회찬 전 대표가 서울 동작을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지만 결과는 ‘0석 확보’였다.
그러나 임기말인 지난달 노동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와의 4자 통합을 선언, 총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재편을 위한 물꼬를 튼 것은 가시적 성과로 꼽힌다. 진보진영의 통합신당 추진을 밑거름 삼아 2017년 야권 대연합을 통한 정권교체 및 연립정부 건설에 나서겠다는 게 그의 포부이다.
천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년은 과거의 진보정당과는 차원이 다른 진보정치의 진화를 시작하는 초석을 놓는 기간이었다”며 “진보정치의 1차적 혁신은 마무리지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당 대표 선거과정에서 30대 신인인 조성주 후보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한데 대해서도 “’조성주 현상’을 포함한 변화가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천 대표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론을 고민하는 등 다음 행보에 대한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비례대표 얘기도 나온다.
앞서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을에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에 석패한데 이어 지난해 7·30 수원 정(영통) 보궐선거에 도전했다가 야권 단일화를 위해 중도하차했다.
천 대표는 “당에서는 당연히 총선 출마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저는 각오는 돼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찬바람 불때쯤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