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정가 풍속도…적막해진 ‘여의도의 밤’

달라진 정가 풍속도…적막해진 ‘여의도의 밤’

입력 2015-07-19 10:13
수정 2015-07-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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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지역구로…저녁 회의는 정족수 미달 일쑤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도입 계획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여의도 정가 중심의 중앙 정치를 제쳐두고 지역구 활동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이같은 현상은 이미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당론으로 확정한 새누리당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중앙당직보다 시도당직 ‘인기’…당 대표 수행의원 줄어 = 우선 과거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진 중앙당과 지도부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 받는 양상이다.

초·재선급 의원들의 경우 인지도 제고와 공천권 경쟁 측면에서 대변인과 같은 중앙당직을 맡고자 고군분투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지역사회와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는 시·도당위원장이 단연 인기다.

최근 마무리된 시·도당직 개편 과정을 보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선수·나이에 따라 추대하는 관례가 사라지고 경선이 치러졌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반면 중앙당직은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한 충청권 초선 의원은 “지역 주민들은 내가 TV에 몇번 얼굴을 비추든, 어떤 정책 비전을 제시하든 큰 관심이 없다. 그저 지역 현장에 자주 얼굴을 비추는게 제일”이라면서 “이런 와중에 당직을 맡으면 선거 기간 전국구 유세에 이리저리 동원될게 뻔한데 그건 손해”라고 주장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래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행사나 각종 대외 활동에서 좀처럼 의원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한 당직자는 “과거엔 당대표가 ‘행차’한다고 하면 차 문을 열어주는 의원, 박수를 유도하는 의원 등 수십명이 몰려다니곤 했지만 요즘은 ‘썰렁’하기 그지없다”면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당대표를 ‘보좌’할 시간에 지역주민 한 명이라도 더 만나는게 요즘 추세”라고 말했다.

◇틈만 나면 지역구로…적막해진 ‘여의도의 밤’ = 어쨌거나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압박’으로 그동안 일부 지역구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던 의원들의 지역 방문이 잦아지고, 지역 민원 해결이 한층 활발해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주중엔 거의 여의도에 머무르는 ‘여유’를 보였던 ‘비(非) 수도권’ 의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열차, 비행기 등을 총동원해 지역을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덕분에 여의도의 밤이 적막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역마다 ‘사랑방’, ‘토요콘서트’ 등 각종 민원 청취 행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한편에선 의원들의 이 같은 지역 중심주의로 ‘국회의원’ (國會議員)이 실종되고 ‘지방의원’이 늘어났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나랏일을 챙겨야할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들처럼 몸도, 마음도 지역에만 가있는 것이다.

실제 상임위 간사를 맡은 한 여당 의원은 최근 당 회의 석상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정상적인 소위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짧은 임시회 기간 밀린 안건을 제대로 심의하려면 때로는 늦은 밤까지 회의를 해야 하는데 요즘은 오후 5∼6시만 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지역구로 흩어져버려 정족수 미달로 산회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아직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입장이 확정되지 않은 야당 의원들은 일단 지역구에 부쩍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속내가 조금 더 복잡하다. 열쇠를 쥔 혁신위원회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인 가운데 공천제도의 향배가 아직 ‘안갯속’이어서다.

◇책임당권·권리당원 모집경쟁 ‘사활’ =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불발, 선거인단 구성을 ‘국민 60%, 권리당원 40%’로 정하고 있는 현행 경선방식이 유지될 가능성에 대비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권리당원은 경선 6개월 전에 입당하도록 돼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원 모집을 더 미룰 수 없는 만큼, 각 지역구에서는 지역민심을 챙기는 것 만큼 당원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실제 지역마다 권리당원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최근 전북도당에서 209명이 무더기로 복당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여당만큼은 아니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역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지역구 방문도 소홀할 수 없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한 호남권 의원은 “당연히 지역을 우선해서 챙기고 국회가 없을 때는 항상 지역구에 내려와 있다”면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든 당내 경선을 하든 지역 내 스킨십을 늘려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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