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참사”…실패로 끝난 선거구획정위 ‘독립 실험’

“예견된 참사”…실패로 끝난 선거구획정위 ‘독립 실험’

입력 2016-01-08 17:45
업데이트 2016-01-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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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동수 추천·3분의 2 의사결정 구조 ‘태생적 한계’“국회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현실정치 높은 벽 절감”획정위원 8인에 지급된 회의비만 수천만원…결과는 無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8일 김대년 위원장의 전격적인 사퇴로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 사무차장인 김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사퇴의 변에서 “국회의 합의 없이는 독자적인 선거구획정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절감했다”면서 선거구획정위의 한계를 인정했다.

획정위는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산하에서 선관위 산하의 외부 독립 기구로 출범했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으로부터 분리돼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으며 닻을 올렸지만 반년만에 ‘정치혁신’의 높은 파고를 실감하고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이다.

특히 수천만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동안 역할을 다 하기는커녕 법정 ‘선거구 실종’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대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실제로 출범 이후 올해 초까지 총 24차례의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매번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 8인에게는 40만원씩의 수당 및 안건검토비가 지급됐다. 약 반년 간 1인당 회의비만 최대 96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획정위의 이런 ‘참사’는 출범 초기부터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독립기구로 출범했지만 전체 9명의 위원 가운데 선관위원장이 추천하는 위원장 1명을 제외하고는 여야 동수로 4명씩 추천하는 구조인데다가 의결 요건이 전체의 3분의 2 찬성으로 정해놓은 탓에 애초에 여야가 대립하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식물기구’로 출발했다는 지적이다.

통상 이런 성격의 위원회는 전체가 9명이라면 여야가 각 3명씩 추천하고 나머지는 국회의장, 선관위원장 등 관련 기관장 등이 추천하는 구조가 돼야 하는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 결정하다 보니 이런 기형적인 조직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에서 ‘형식적·절차적 민주주의’에 집착하는 풍토가 뿌리내리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일단 ‘만들고 보자는 식’으로 각종 기구와 위원회만 남발하는 행태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획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위원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획정위의 해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일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는데 새로 위원장을 선출하는 등의 기구 개편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에 따른 것으로, 결국 선거구 무효 사태가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독립시켰던 획정위를 다시 국회로 들여오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

국회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혈세를 들여 기구만 덜컥 만들어놓고는 아무런 책임도 부여하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좋든 싫든 결과를 내려면 다시 국회로 가져오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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