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퇴근후 카톡 금지·리프레시 휴가’ 해봤더니

정부도 ‘퇴근후 카톡 금지·리프레시 휴가’ 해봤더니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19-02-05 14:00
수정 2019-02-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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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는 ‘강제 퇴근’ 뒤 집에서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오후 6시 12분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 텅 비어 있는 서울 시내 한 사무실의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는 ‘강제 퇴근’ 뒤 집에서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다. 오후 6시 12분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 텅 비어 있는 서울 시내 한 사무실의 모습.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외교부는 지난해 4월부터 긴급업무를 제외하고 일과 후 카카오톡 등 메신저, 전화 등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권고했다. 또 하계 휴가 외에 하루짜리가 아닌 3~5일의 휴가를 가도록 권장하는 ‘리프레시 휴가제’와 공휴일과 주말 근무를 최소화하는 제도도 시행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우선 해당 권고 이후 퇴근 후나 주말에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외교부의 한 직원은 “카톡으로 퇴근 후나 주말에 지시를 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있었냐”며 “긴급 업무의 기준도 모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퇴근 후 메신저 업무 지시 근절을 위한 제도를 시행하는 일반 기업 중에는 해당 규정을 어긴 부서장을 보직해임까지 시킬 수 있는 규정을 둔 곳도 있다. 여기에 비하면 권고만으로는 업무 문화를 바꿀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리프레시 휴가 역시 업무량이 많은 부서에서는 이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주어진 휴가를 다 못하면 부서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제도 때문에 연말에 휴가를 몰아가는 경우가 지난해 말에도 여전히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현안이 많아 늘 일손이 부족한 중앙부처에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업무 방식 개혁은 여러 번 있었지만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곳은 거의 없다. 2012년 기획재정부가 ‘8시 30분 출근, 5시 30분 퇴근’ 제도를 시행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있었지만, 반대로 야근 시간만 늘어났다는 비판을 한 직원들도 꽤 있었다.

문제는 최근 과로를 원인으로 쓰러지는 공무원이 중앙부처 여기저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달말로 다가온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의, 통상 외교 등으로 설 연휴를 제대로 못쉬는 경우도 꽤 있다. 해외 관광객의 급증으로 영사 업무도 일손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한 공무원은 “부처나 업무 성격에 따라 업무량에서 격차가 너무 심하다 보니 한쪽에서는 세금을 축낸다고 지적을 받고 다른 쪽에서는 과도한 업무로 쓰러지는 경우까지 나타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한 제도들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불필요한 문서 생산을 없애는 등 업무효율화를 추진하고, 실무급 직원을 늘리는 조직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해 고위급 직위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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