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女부사관 유족 “성추행 가해자, 딸 지나가면 ‘꺼져’라 했다”

공군 女부사관 유족 “성추행 가해자, 딸 지나가면 ‘꺼져’라 했다”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6-02 00:32
업데이트 2021-06-0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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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딸 고충 토로에 ‘견디자’고 한 못난 엄마”
송영길 유족 만나 “공군에 절대 못 맡겨”
“이 사건 절대 공군 맡기면 안돼, 장관이 안이”
국방장관·공군참모총장 경질에는 선 그어
“공군 입맛대로 보고 받은 장관·총장 탓 아냐”

“가해자·회식에 부른 상사 책임주체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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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과 이야기 나누는 송영길 대표
유가족과 이야기 나누는 송영길 대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1.6.1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결혼을 앞둔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신고를 하고도 상관으로부터 합의종용과 회유를 당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이 사건은 공군이 맡으면 절대 안 된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처음에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송 대표는 서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에 대한 경질에 대해서는 공군 입맛대로 보고 받은 장관 등이 객관적으로 사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것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숨진 부사관 A중사의 어머니는 성추행 가해자가 정작 피해를 입은 딸 A씨에게 ‘꺼져’라는 모욕적인 말을 하는 등 조직 내 어려움을 자신에게 호소했지만 견디라고만 했다며 눈물지었다.

송영길 “딸 가진 아빠 입장서 너무 황망,
성추행 후 사건 처리 안타깝다”

송 대표는 이날 저녁 고인이 안치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피해 부사관 A중사 유족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송 대표는 “공군이 어떻게 (이 사건의) 지휘 감독상 책임을 지냐”며 이렇게 말했다.

송 대표는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서 장관, 이성용 공군참모총장과 통화했다”면서 “서 장관이 처음에는 공군 경찰에 무엇인가를 추가할 생각이었는데 (저는) 무조건 이것을 바꿔야 한다 했고,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서 장관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날 오후 7시부로 이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송 대표는 유가족에게 “너무나 황망하고 가슴이 아파서 모든 국민이, 저도 딸까진 아빠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위로했다.

약 1시간가량 유가족과 면담한 송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군대 내 성추행 사건도 문제지만, 이후 처리 과정이 어떻게 되었길래 이렇게 비극적 결말이 나왔는지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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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만난 민주당 송영길 대표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만난 민주당 송영길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김병주 의원 등이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1.6.1 더불어민주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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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만난 민주당 송영길 대표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만난 민주당 송영길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2021.6.1 더불어민주당 제공 연합뉴스
“공군 20전투비행단 여러 문제 있다”
“장관·총장 객관적 상황 볼 수 없었다”

안철수·심상정 “군 수뇌부 책임져야”

그는 “(고인이 소속되었던) 공군 20전투비행단은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저희 당 국방위·여가위원들이 여성 부사관 내무반 상황, 숙소 관리, 상황 처리 매뉴얼 등을 철저히 점검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송 대표는 다만 서 장관과 이 총장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논할 때는 아니다. 가족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보고받지 않고 공군의 입맛에 맞는 보고만 들은 장관과 총장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가해자와 회식 자리에 피해자를 부른 상사 등, 근접거리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군 수뇌부가 책임져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졌다. 국방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고, 유족을 만나고 온 심 의원은 “성추행 범인이 장 중사라면 이 중사를 죽인 범인은 대한민국 군”이라고 규정한 뒤 “군 수뇌부의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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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면담 마친 민주당 송영길 대표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면담 마친 민주당 송영길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면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6.1 더불어민주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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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면담하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유가족 면담하는 민주당 송영길 대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면담하고 있다. 2021.6.1 더불어민주당 제공 연합뉴스
부사관母 “가해자, 딸에게 ‘꺼져’라고 했다”
“딸, 자살방지센터·상담관에도 도움 청해”

이날 송 대표를 만난 A중사의 어머니는 “우리 딸 목소리 못 들은 지 며칠인지 모르겠다”면서 “딸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그동안 있던 동영상 계속 보는데 깔깔깔 웃었던 그 모습만 자꾸 기억이 난다”고 울먹였다.

이어 “딸이 평소에 그렇게 힘든 이야길 하는 애가 아닌데 최근에 집에 와서는 암시를 했다”면서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면서 자살방지 센터에 전화했고 메일로 장문의 글을 써서 상담관한테도 보내면서 자기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던 아이였다”고 설명했다.

A중사 어머니는 또 “(딸이) 가해자가 자기가 지나가면 ‘꺼져’라고 하고 자기가 열심히 일을 하면 (성과물을) 빼앗아가서 자기가 한 듯이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면서 “엄마인 저는 ‘사회생활하니 그런 사람 있더라, 견디자’고만 말했는데 세상살이가, 사회 생활이 그렇다고 말한 못난 엄마”라고 한탄했다.
억지로 불려나간 회식 후 강제추행
상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돼?” 회유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야”

A중사 남자친구에게도 조직적 회유
연인과 혼인신고 한 당일 극단적 선택

충남 서산 소재 공군부대 소속 A중사는 올 3월 선임인 B중사에 의해 억지로 저녁 회식에 불려나간 뒤 숙소로 돌아오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이러한 피해사실을 정식으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오히려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B중사와의 합의를 종용하거나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피해자 보호 매뉴얼의 즉각적 가동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중사가 두 달여의 청원휴가 기간 동안 부대 성고충 상담관 등에서 심리상담을 받으며 이메일과 문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상담 내용은 공군 본부에도 보고됐다.

A중사는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15특수임무행단으로 출근했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겼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2021-06-01
“제 딸 공군중사 억울한 죽음 밝혀달라”
靑 청원…하루새 25만명 청원 동의

한편, 이번 사안과 관련해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인 오후 10시 30분 기준 25만명이 넘게 청원에 동의해 답변 요건을 충족시켰다.

피해자 유족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공군 부대 내 지속적인 괴롭힘과 이어진 성폭력 사건을 조직 내 무마, 은폐, 압박 합의종용, 묵살, 피해자 보호 미조치로 인한 우리 딸(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다른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공군중사)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인 메뉴얼을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정식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말했다.

청원인은 이어 “대통령님, 국민 여러분,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은 채 발생되고 있고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 만하는 현실이 너무도 처참하고 참담하다”면서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뤄 편히 안식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하니 도와달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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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가해자 구속 촉구 진정서 제출’
군인권센터,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가해자 구속 촉구 진정서 제출’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 상담소장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민원실에 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가해자 즉각 구속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1.6.1 뉴스1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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