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ARF] 北 강경모드… 더 멀어진 남북화해

[하노이 ARF] 北 강경모드… 더 멀어진 남북화해

입력 2010-07-24 00:00
업데이트 2010-07-24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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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사과요구 거부 안팎

한·미 연합훈련 계획과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발표에 대해 한동안 침묵하던 북한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강경한 발언을 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석상에서 박의춘 외무상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남한의 사과 요구를 공식 거부했다.

한·미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앞으로 상당 기간 남북관계 개선이 요원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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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적힌 의장성명 초안
‘천안함’ 적힌 의장성명 초안 23일 베트남 하노이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한 대표단이 의장성명 초안의 문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붉은 원안에 천안함을 뜻하는 ‘Republic of Korea’s naval ship’이 씌어 있다.
하노이 연합뉴스
특히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는 ‘물리적 대응’을, 추가제재에 대해서는 ‘두려울 것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고 끝에 한·미의 대북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은 셈이다. 북한으로서는 한·미의 강경 드라이브가 엄포 차원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 대(對) 북’의 대립은 ‘치킨게임’처럼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날 회의 석상에서 나온 북한의 발언은 과거에 비하면 그리 험악한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에 비해 표현이 부드러운 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회의장 밖에서 북한 대표단의 대변인 격인 리동일 군축과장이 “무력 대응” 운운한 것을 보면 회의장 안에서의 태도는 ‘전략적 점잖음’으로 볼 수도 있다. 회원국들이 모두 모이는 공식 석상에서는 ‘신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진짜 공격은 장외에서 펼치는 전략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천안함 문제에 대해서는 워낙 열세라서 정면 승부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의 편치 않은 속내가 감지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ARF 회의 전 기자들에게 “천안함 문제는 북남 간 문제이기 때문에 ARF에서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ARF에서 남측이 먼저 문제제기하지 않는 한 우리가 먼저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북남 간에 대화로 풀어야 하는 것으로 사건의 진상을 위해 조선인민군·유엔사 간 장성급회담 실무접촉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문제를 확대시키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실제 이날 ARF 자유토론 발언 순서는 한국이 북한보다 먼저였다. 이 관계자의 발언이 진심이라면, 북한의 천안함 발언은 한국의 비판에 대한 수세적 대응 성격인 셈이다.

북측은 전날까지만 해도 미국의 추가제재에 대해 평화적 해결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리동일 군축과장은 ‘미국이나 일본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사람들(미국이나 일본이)이 만나자고 하면 만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물리적 대응” 운운하며 강경한 톤으로 돌변한 것이다.

하노이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7-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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