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비리 사정 칼 빼든 국방부·軍… 배경과 대책

군수비리 사정 칼 빼든 국방부·軍… 배경과 대책

입력 2010-11-19 00:00
업데이트 2010-11-1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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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원 장기근무…업체 유착 가능성, 제3 검증기관 설립·민간 참여가 해법

국방부와 군이 군수비리 문제에 사정 칼을 빼들었다. 최근 잇따른 장비 결함과 부실정비 문제가 민간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 망신을 당하면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있다.

●“수년간 세금 새도 눈 감아줘”

대대적인 수사의 시작은 링스헬기와 대잠초계기 P3C 정비 관련 금품수수 사건이다. 군 수사기관은 최근 무려 120여명에 달하는 해군 관계자 등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였다. 군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진 외주 정비에서 해군 관련자들이 돈을 받고 업체들의 허위정비를 눈감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는 “군 규모가 작은 데다 정비 관련 담당자들의 경우 오랜 기간 근무해 업체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렇다 보니 수년간 세금이 줄줄 새고 있어도 눈감아 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방위사업에 관여했던 한 장성은 “해군 군수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전역하거나 퇴직 후에도 또 다시 업체와 군 사이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비리의 중심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군수비리는 해군만의 문제가 아니란 것이 군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발생한 불량 전투화 사건, K21장갑차 결함 사건 등 군 작전의 생명인 군수 분야에 뿌리 깊은 비리가 있다는 것이다. 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뿌리 깊은 군수비리가 군을 갉아먹고 있다.”면서 “오래된 관행과 암묵적인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량 전투화 사건의 경우 품질을 검사하는 기관, 계약을 담당하는 기관, 업체의 관계자들이 얽혀 밑창이 떨어지는 불량 전투화를 만들어 냈다. 국방부도 이런 정황을 포착해 군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또 육군의 최신예 장갑차인 K21장갑차는 침수돼 부사관 1명이 사망했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방부 감사가 수개월이나 늦어졌으며 급기야 군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최근까지도 설계를 담당한 국방과학연구소와 품질보증을 담당한 국방기술품질원, 방위사업청, 해당 업체 등이 K21 결함에 대해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군수 장비 분야에 온갖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방위사업 관계자들은 “군사 비용의 대부분이 군수분야에 사용되고, 이같은 업무를 오랜 기간 해온 사람들끼리 관행화된 시스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성은 “해군 장비의 부품을 납품하는 해외 업체가 국내 중개업체를 빼고 기존 납품가의 60% 수준으로 직접 납품하겠다고 하자 군수사 측에서 샘플을 보내달라고 한 뒤 불합격 통보를 한 사례도 있었다.”면서 “똑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에 대한 납품이 어려운 것은 결국 중개업체와 (군수사 간) 유착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재취업자, 계약 참여제한 필요

이에 따라 군 안팎의 방위사업 관계자들은 국방부와 군 내부에서 스스로 투명성을 유지하고 설계 당시부터 군수물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제3기관을 설립하거나, 관련 분야에 정통한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방법을 군수비리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했다. 또 해당 분야에 근무했던 예비역 간부나 담당자들은 퇴직 후 관련 분야로 재취업해도 계약관계 등에 직접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2010-11-1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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