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놀랄 상황은 아니다” 계속 묵인도 부담 ‘속앓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가.”(기자)“아니다.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보즈워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2일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면담한 직후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6자회담에 응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지속해 나가기로 미국 측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기존의 대북정책을 변함 없이 고수할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채찍’을 앞세운 북핵 접근 방식이 핵 포기를 유도하는 데 실패한 만큼 대북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한 셈이다.
한·미로서는 이번 파문에 화들짝 놀라 채찍을 내려놓을 경우 ‘핵 위협→대화→보상’이라는 북한의 고전적 시나리오에 말려드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 같다. 과거 채찍이 아닌 당근을 제시했어도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전례에 따른 불신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정부 당국자가 우라늄 핵 개발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놀랄 만한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은 것도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미의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북한의 핵 개발을 용인해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추가제재로 북한을 더욱 옥죄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중국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1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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