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외교전 가열…‘연평도 해법’ 기싸움

한반도외교전 가열…‘연평도 해법’ 기싸움

입력 2010-11-29 00:00
수정 2010-11-29 15:5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북한의 연평도 도발사태의 해법을 놓고 ‘한반도 외교전선’에 새판짜기가 시도되고 있다.

 사태수습의 중재역을 꾀하고 나선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카드를 꺼낸 것이 촉발점이 되고 있다.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겨냥한 중국의 전격 제안에 대해 관련 각국의 반응이 선명히 차별화되며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흐름이다.

 대북 압박기조를 강화하려는 한.미.일 공조전선과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방향을 틀려는 중.러간에 대립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미.일 주도의 제재흐름과 북.중.러가 중심이 된 대화흐름이 뒤엉키며 좌표를 잃었던 포스트 천안함의 혼돈국면과 유사성을 띠고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주목할 흐름은 중국의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다.휴일 긴급회견까지 강행한 중국은 가용한 외교력을 총동원해 전방위적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27일 전격 방한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은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한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6자회담 재개 동참을 설득했다.

 앞서 양제츠 외교부장은 지난 26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만난데 이어 27일 한국-미국-일본-러시아 순으로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를 갖고 중재외교전을 전개한 바 있다.

 중국 중재외교의 하이라이트는 대북 설득이 될 것으로 보인다.중국은 조만간 고위급 특사를 보내 김정일 위원장을 상대로 최고위급 설득노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사안의 중대성과 한국과의 형평성을 고려해볼 때 부총리급인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방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관전포인트는 북한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이끌어내느냐이다.한.미.일로부터 비핵화 선행조치 주문을 청취한 북한에 대해 상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우라늄 농축카드까지 제시한 북한의 행보로 볼 때 쉽게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지만 북한의 노림수가 대화국면으로 전환해 미국과의 담판 테이블을 만드는데 있다고 볼 경우 중재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일정한 ‘성의’를 표시하고 나올 경우 중국은 이를 토대로 6자회담 재개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고 대화국면도 일정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흐름은 한.미.일 공조의 강한 결속이다.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선행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게 우선 과제라는 공감대에 터잡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일으킨 북한에 대해 ‘보상’하듯이 대화국면에 응할 수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이미 한국은 ‘매우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고 일본은 ‘한국 및 미국과의 협조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보조를 맞췄다.미 국무부는 아직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들과 협의하겠으며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김성환 외교장관이 다음달 1∼2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정상회의에 참석,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양자면담을 갖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김영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럽 주요국가들 뿐만이 아니라 미국,러시아도 참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양자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일은 다음달 5∼8일까지 워싱턴 D.C에서 ‘3국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대북 강경기조를 재확인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태도가 주목된다.러시아는 천안함 사태때와는 달리 연평도 도발에 대해 북한을 비난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도 적극성을 띠고 있다.그런 한편으로 중국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 제안에는 호응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유엔 안보리와 6자회담이라는 다자공간을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이와 관련해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러시아 6자회담 차석대표가 다음달 1일부터 3일까지 방한해 우리측 차석대표인 조현동 북핵외교기획단장과 김홍균 평화외교기획단장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논의동향도 주목된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9일(현지시간)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을 처음으로 논의할 예정이다.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는 오는 29일 안보리 결의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이 제출한 제재 보고서를 논의하면서 북한 연평도 사건의 안보리 회부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영선 대변인은 “국제평화와 안전과도 관련될 수있는 중대한 위반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적절히 논의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실질적으로 어떤 효과적 조치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현실론으로서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일본이나 의장국 영국 등 관련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평도 해법’을 놓고 제각기 전략적 이해를 극대화하려는 각국의 복잡한 수계산 속에서 한반도 외교전이 급가속되고 있는 분위기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