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 심화> 양국 모두 得보다는 失

<한일갈등 심화> 양국 모두 得보다는 失

입력 2012-08-26 00:00
수정 2012-08-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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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서 일본 고립자초..독도분쟁화 가속 지적도

독도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외교갈등이 나날이 격화되고 있지만 실익 면에서는 양국 모두 득보다는 실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우선 독도 행사에 참여한 한국 연예인의 입국 금지를 거론하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사전에 공개하는 한편 한국 외교관의 외무성 출입을 차단하는 등 외교적인 금도를 깨고 감정적이고 유치한 대응을 서슴지 않은 일본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일본이 불퇴전의 결의를 밝히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와 전쟁하거나 국교를 단절할 것이 아닌 이상 일본 정부로서는 적절히 상황을 관리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보수 여론에 편승, 사태를 악화시키는 등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에서다.

한국과의 통화스와프 재검토나 한국 국채 매입계획 유보 등의 보복조치가 거론됐음에도 한국 증시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점은 일본으로서 아픈 대목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이 과거와 달라진 위상을 자각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독도에 대한 전방위 공세로 오히려 동북아에서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독도 문제로 한국과 갈등을 겪는 가운데 센카쿠(尖閣)와 쿠릴열도를 놓고 각각 중국, 러시아와 대립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일본 대(對) 한ㆍ중ㆍ러 구도로 영토 분쟁이 진행되고 있어서다.

일본이 독도 문제에 대응했던 그대로 대만이 일본에 센카쿠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제안하는 등 일본의 독도 공세가 오히려 센카쿠의 분쟁지역화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국 역시 외교적 측면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우리 정부가 과도한 대응은 자제했지만, 일본의 도발에 어쩔 수 없이 대응하면서 독도의 분쟁지역화가 심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풀기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갈등이 과거사 문제 해결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일본 내 친한파의 등마저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경술국치 102주년(29일), 헌법재판소 위안부 판결 1주년(30일) 등을 계기로 독도와 과거사 문제가 얽히면서 한일간 갈등이 더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주일미군이 주한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등 안보 측면에서 한국ㆍ미국ㆍ일본이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가까웠던 한일이 서로 각을 세우면 국민 정서만 나빠지고 양국 협력도 못한다”면서 “이런 싸움에서는 한일 양국이 다 패자”라고 지적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일관계가 이렇게 망가져서는 동아시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제는 좀 차분하게 감정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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