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나 새달초 입국 정책 조율
당국 간 대화 제의에 이렇다 할 답을 내고 있지 않은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을 흘리며 고립 탈출을 도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차관보급 이상의 미국 고위관리가 한국을 방문해 대북정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이달 말쯤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정부 관계자는 22일 “통일준비위원회가 이달 안에 당국 간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상황이고 북한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북한의 성의 있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대북 전단살포 중단 등 해묵은 요구를 거듭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김 제1위원장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전승기념행사에 거듭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듯 남북 관계 개선으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럴 바엔 방러 가능성을 흘려 한국은 물론 중국을 조급하게 만들어 대화의 주도권을 북한이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21일 청와대를 비롯한 5개 관계기관에 당국 간 대화를 촉구한 것을 보면 남북대화 재개의 끈을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대북정책의 큰 줄기는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로 예정된 미국 고위관리와의 조율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두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비핵화를 강조하는 있어 이들 고위 관리가 어떤 메시지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이 대화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의 심정을 알고 있기에 자제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경우에 따라 미국의 대북 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권유하기 위한 방문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2015-01-23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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